[인터뷰]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

입력 2013-08-01 18:41


“삼성전자 현실 안주하면 빠르면 3년 후 위기 시작”

“빠르면 2016년부터 삼성전자의 위기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최윤식(42·사진)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이 새 책 ‘2030 대담한 미래’(지식노마드)에서 경고한 삼성 위기론이다. 삼성 위기론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지만 아시아의 대표적인 미래학자로 주목받는 그의 단호하고 구체적인 지적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그는 1일 전화 인터뷰에서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의 역량과 상관없이 시스템 원리상 성장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며 “서둘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글로벌 기업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핀란드 노키아와 미국 애플의 반격이 시작되고, 미국의 인터넷 종합쇼핑몰 아마존이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중국 스마트폰이 가격 대신 ‘혁신’으로 추격할 경우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애플은 혁신성을 잃어도 독자적인 운영체제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반면 삼성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안에서의 1등이란 위치 때문에 그 지위를 한 번 뺏기면 급속하게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주가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노키아와 일본 소니 사례까지 갈 것도 없이 지난 6월 이미 한 차례 경험했다. 당시 JP모건이 갤럭시 S4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기가 무섭게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 팔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하루 동안 6.18% 폭락, 시가 총액에서 15조2000억원이 날아갔다. 더구나 삼성은 신제품 개발에 있어 구글, 애플에 항상 밀리는 ‘2등’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는 “삼성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삼성 이후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키아가 무너졌을 때 핀란드 정부가 기업들과 손잡고 인재들을 수백 개의 벤처로 되살려냈던 것처럼 우리 정부도 삼성이 무너지게 되면 그 인력과 자원을 이용해 수백, 수천 개의 새로운 성장 씨앗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삼성의 위기를 막기 위해 과거 정부가 재벌을 보호했던 식으로 해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책에서 “2013∼2016년 제2의 외환위기를 거쳐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으로 갈 수 있다”며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이유로 기존 산업의 성장 한계, 종신 고용 붕괴,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을 들었다. 그는 “한국은 소득 2만 달러용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며 “특정한 소비시장의 영역 하나, 특정 산업 하나를 조정해선 해결되지 않는다”며 총체적인 시스템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이제 내수시장은 한국을 넘어 한·중·일을 엮는 아시아 시장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며 “기업은 물론 정부와 개인도 이러한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미국 휴스턴대 미래학부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학위를 받았다. 미래예측서 ‘2030년 부의 미래지도’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