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세청장 사퇴 파문] 현직 비위 연루에 충격… 직원들 일손 놓고 망연자실

입력 2013-08-01 18:27 수정 2013-08-01 22:16


CJ그룹으로부터 지속적인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에 연루된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이 1일 사의를 표명하자 국세청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동안 CJ에 대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사람들은 모두 퇴직 간부들이었던 만큼 국세청은 내심 선을 긋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국세청장의 ‘오른팔’격인 현직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옷을 벗자 망연자실하고 있다.

송 청장의 불명예 퇴진은 사실상 CJ 로비 의혹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송 청장은 김덕중 국세청장과 행정고시 동기(27회)로서 그동안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재다.

여기에 CJ 재무담당 이모 부사장과 실무자들이 국세청 간부에게 지속적인 로비를 펼쳤다고 진술함에 따라 전·현직 간부들이 추가 조사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 송 청장에 이어 또 다른 국세청 전·현직 고위 간부들이 추가 연루될 경우 국세청이 받을 도덕적 타격은 짐작하기 어렵다.

국세청은 송 청장이 김덕중 청장 부임 이후 기울여온 강도 높은 자정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분노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은 김 청장 부임 이후 이례적으로 감사관으로 현직 검사 출신의 외부인사까지 영입했다. ‘세무조사감찰 TF’팀도 구성했고, 비위 사실이 적발되면 영원히 조사업무에서 제외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시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강도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위 간부가 로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일선 직원들의 허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송 청장의 비위 사실이 사법처리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검찰의 발표는 그나마 위안거리다. 통상 공무원의 경우 수수 금액이 1000만원 이상이면 뇌물죄 등으로 기소하지만 세무 공무원의 경우 수백만원만 받아도 기소될 정도로 기준이 엄격하다. 그러나 검찰이 송 청장을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송 청장이 전 전 청장이나 허 전 차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가벼운 로비를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전·현직 고위 간부들에 대한 검찰 수사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송 청장이 직무를 이어가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검찰 조사를 받은 상황에서 자리보전에 나설 경우 조직에 더 심대한 타격만 끼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송 청장이 사퇴 외에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청렴한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