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세청장 사퇴 파문] 전·현직 여러명 수사 선상… 檢 ‘CJ 로비’ 국세청 수사

입력 2013-08-01 18:27 수정 2013-08-01 22:17

CJ그룹 세무조사 로비 의혹 수사가 진행되면서 CJ와 국세청 간 오랜 유착 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CJ 측이 지속적으로 국세청 요직의 인사들을 ‘특별관리’해 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현직 국세청 간부 중 여러 명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군표(59) 전 국세청장은 1일 오전 9시40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잔뜩 어두운 표정에 왼쪽 손목에는 깁스를 한 채였다. 그는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검찰 조사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답했다.

전 전 청장은 2006년 7월 국세청장으로 내정됐을 당시 ‘측근 부하’인 허병익(59) 전 국세청 차장을 통해 CJ그룹 돈 30만 달러와 고가의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가 있다. 먼저 구속된 허씨는 ‘30만 달러는 가방을 열어보지도 않고 전 전 청장 사무실 책상에 갖다 뒀다’고 주장했다. 의혹을 전면 부인하던 전 전 청장은 이날 금품 수수 혐의를 대체로 시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허씨를 옆 조사실에 대기시켰지만, 양자 대질 조사는 벌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청장은 다만 허씨로부터 ‘CJ 측이 취임 축하금을 주고 싶어 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듣고 돈을 수수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 대가와는 무관한 인사치레의 돈을 받았을 뿐이라는 말이다. 30만 달러가 건네졌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수 없게 되자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국세청이 2006년 이재현 회장의 주식 이동 과정을 조사해 3560억원의 탈세 정황을 파악하고도 세금을 한 푼도 매기지 않은 이면에는 CJ가 꾸준히 관리해 오던 국세청 내 ‘CJ 우호그룹’들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의를 표한 송광조 서울국세청장 같은 사례가 이미 여러 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세청 간부 출신의 CJ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들이 주요 창구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허씨 역시 현재 CJ헬로비전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검찰은 금품수수 규모 및 직무 관련성 등을 따져 형사처벌 대상을 선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2008년도 CJ 세무조사 때 총 1650억원을 추징하면서 검찰 고발을 하지 않은 이유도 석연치 않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2008년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아직 범죄 혐의가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세무조사 로비 관련성과는 별개로 CJ 측과 친하게 지내면서 접대를 받은 인사들을 따지면 꽤 여럿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