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인 현금카드 슬쩍 빼 쓰면 절도”

입력 2013-08-01 18:18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일 아내의 현금카드를 몰래 가져가 돈을 인출한 혐의(절도) 등으로 기소된 이모(49)씨에 대해 절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냈다.

이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김모(41)씨와 지난해 1월 결혼했다. 혼인신고를 한 날부터 김씨의 과거를 의심하며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 같은 해 3월에는 김씨의 현금카드를 몰래 가지고 나가 현금자동인출기에서 500만원을 뽑기도 했다. 이씨는 폭행·상해·협박·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1심 재판부는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결하면서도 절도 혐의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가족 간의 재산 관련 범죄는 형을 면제한다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형량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절취한 현금카드를 사용해 현금을 인출·취득하는 행위는 현금인출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한다”며 “이는 절도죄에 해당하고 피해자는 현금인출기 관리자가 된다”고 판시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