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中企 납품받아 홍콩으로 수출… 동반성장 새 길 뚫는다
입력 2013-08-02 04:21
이마트, 대형 유통업체 ‘파크앤샵’에 PL상품 직접 납품
“5명씩 들어가셔야 합니다.”
지난 29일 홍콩 ‘다이각주이(大角咀)’ 지역의 올림피안시티 쇼핑몰 내 파크앤샵(PARKnSHOP) 매장 앞에 기자들이 모였다. 이마트가 홍콩 대형 유통업체 왓슨그룹의 소매점 브랜드 ‘파크앤샵’에 국내 중소기업 등이 생산한 자체 브랜드(PL) 제품을 선보이는 날이다.
매장을 찾은 기자들은 시간차를 두고 조를 이뤄 들어가야 했다. 고객들의 쇼핑에 피해를 줘선 안 된다는 파크앤샵의 요청 때문이었다. 이마트 직원들은 “한국에서야 이마트지 해외에 나오면 저희를 누가 알겠느냐”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가 갑(甲)에서 을(乙)의 자리에 서게 됐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마트가 자발적으로 을의 위치를 선택한 이유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실현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윈윈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였다.
이마트는 파크앤샵 60여개 매장에 율무차, 과자, 고추장, 라면 등 35개 국내 중소기업의 가공식품을 입점시켰다. 파크앤샵 브랜드 매장은 홍콩 등에서 260개가 운영 중이다. 외국 대형 유통업체에 PL 제품을 직접 납품하는 것은 국내 유통업체 중 이마트가 처음이다.
파크앤샵 매장에 들어서자 라면과 고추장, 율무차 등이 전시된 가판대가 눈에 띄었다.
매장에서 만난 루이 챈(34)씨는 “홍콩에선 한국 드라마의 인기 덕에 메이드인코리아(Made in Korea)라면 뭐든지 좋다는 인식이 생겼다”면서 “더구나 한국 음식은 맛이 좋고 디자인이 뛰어나 가격 대비 품질이 좋다”고 말했다.
챈씨처럼 최근 홍콩 사람들은 한국 음식을 선호하고 있다. 한류 열풍과 함께 최근 원전 사태로 일본 음식을 기피하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다. 파크앤샵은 이마트 PL상품을 선택함으로써 다양한 종류의 한국 제품을 일반 상품보다 10∼20%가량 저렴하게 유통할 수 있게 됐다.
이마트는 파크앤샵 외에도 해외에 중소기업 제품을 선보이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8월 수출 전담팀을 개설했고 지난 6월엔 상품 정보와 주문·발주, 통관, 대금정산 등의 과정을 아우르는 수출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협력회사는 이마트에 제품만 공급하면 이마트가 물류비용, 수출대금 선결제 등 모든 수출 업무를 대행한다. 이마트가 여러 기업의 상품을 납품받아 컨테이너를 꽉 채울 수 있기 때문에 물류비용도 40∼50% 절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율무차 등을 파크앤샵에 선보인 담터 배영찬 상무는 “중국과 미국엔 개별적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이번 홍콩 진출은 이마트라는 대형 업체의 신뢰도까지 더해져 아시아 지역 판로 개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마트는 홍콩을 수출기지로 삼아 수출전문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허인철 이마트 대표는 “중기 제품 수출은 동반성장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며 “식품 한류 영향으로 제품 수입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만큼 해외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콩=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