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장외투쟁’ 첫날, 서울광장 천막투쟁…국민은 어떻게 볼까
입력 2013-08-01 18:10 수정 2013-08-02 07:21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첫날인 1일 오전 11시10분.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지하철 시청역 5번 출구 앞에 섰다. 30도 가까운 무더위 속에서 김 대표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결의에 찬 표정으로 국가정보원을 규탄하는 내용의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상황은 첫날부터 녹록지 않았다. 출근시간이 이미 지난 시간대라 유동 인구 자체가 적었다. 어쩌다 마주친 시민들 가운데 격려와 함께 홍보물을 받는 사람도 있었지만 매몰차게 거절하는 사람도 많았다. 일부 시민은 “민주당이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앞서 오전 10시쯤 민주당은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열었다. 대형 천막이 설치되고 그 아래 의원 90여명이 모여 앉았다. 천막에는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무력화 음모 중단하라’, ‘국민의 손으로 국정원 개혁하자’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의원들은 ‘남해박사(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박근혜 대통령 사과)’라는 구호도 외쳤다.
김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정치권에서도 휴가 갈 분들은 갔지만 우리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해 국민과 함께 갈 것”이라며 ‘국정원 개혁, 국정조사 정상화, 민생 돌보는 정치’를 약속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힘만으로는 부족했다”며 “국민여러분이 민주당에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 대표 등 지도부는 오후 7시쯤에는 천막을 찾은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 모임의 대표단과 간담회를 갖고 연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의원과 당직자들은 오후 9시30분까지 천막에서 머물다 이튿날 다시 모이기로 하고 일단 철수했다.
민주당은 거리로 나서면서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한 태도가 더욱 강경해졌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뿐 아니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채택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정청래 의원은 “4명을 반드시 청문회에 내보내겠다는 새누리당의 확약된 문서가 없는 한 청문회장에 민주당이 들어가는 것은 독가스실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당분간 서울광장에서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 등을 열고 대대적인 여론전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장외투쟁 성패를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는 3일 실시되는 당 국민보고대회가 될 전망이다. 여론이 얼마나 호응할지가 관심사다.
현장 의총에 문재인 의원은 불참했다. 그는 현재 부산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의원 측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서도 참석하라는 요구와 하지 말라는 요구로 나뉘고 있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