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구상… 성수기 점검… 생산현장과 함께… 휴가 잊은 총수들
입력 2013-08-01 18:00
직장인들이 가장 휴가를 많이 가는 ‘7말8초’(7월말에서 8월초를 지칭하는 말)지만 대기업 총수들은 휴가를 잊은 채 사무실에서 하반기 경영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하반기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지난주 귀국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42층 집무실로 56일 만에 출근했다. 삼성전자가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이 회장은 격려보단 지시사항을 더 많이 내려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잇달아 공장 안전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출근으로 그룹 전략을 총괄하는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수뇌부는 2∼3일 전부터 업무보고 준비에 들어갔다. 일부 임원은 휴가 계획을 세웠다가 접고 회사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휴가 기간인 지난달 29일 출근해 계열사 전 사장단이 참석하는 수출확대전략회의를 주재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번 주 공장 가동을 멈추고 생산직 직원 전원이 휴가를 갔다. 임원들도 이때가 휴가철이지만 정 회장은 이에 상관없이 수출전략회의를 연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출확대전략회의는 매월 마지막 월요일에 여는 정례회의여서 해마다 7월 회의는 휴가 기간에 열렸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올해 휴가 기간에도 예년처럼 따로 휴식을 취하지 않은 채 매일 출근해 평소처럼 집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여름철 성수기를 맞은 만큼 따로 휴가를 가지 않고 평상시처럼 정상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최근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사고 수습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지시하고 있다. 월례 사장단 회의도 평소대로 주재하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28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대우인터내셔널 해상 가스전 상업생산 기념식에 참석해 현장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정 회장은 올해 여름휴가를 따로 챙기지 않은 채 광양·포항제철소와 해외 생산현장을 둘러보며 하반기 경영 전략을 짜는 데 전력할 계획이다.
그룹 총수가 사법처리 등으로 부재한 SK, 한화 등은 총수의 빈자리를 대신해 ‘비상경영’의 키를 넘겨받은 경영진이 휴가를 반납한 채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김연배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장(부회장)은 별다른 휴가 계획을 잡지 않고 회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