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재판 ‘키맨’ 김원홍 대만서 체포
입력 2013-08-01 18:18 수정 2013-08-01 22:07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횡령 혐의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돼 온 김원홍(전 SK해운 고문)씨가 대만에서 체포됐다.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김씨가 체포되면서 선고만 남겨둔 항소심 재판의 변론 재개 여부가 주목된다.
김씨는 지난 31일 대만에서 이민법 위반 혐의로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대만 북부 지룽(基隆)시의 한 온천에서 나와 차량에 탑승한 직후였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1일 “대만 당국과 협의해 향후 소환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국교가 단절된 상태로 두 나라 사이에는 범죄인인도조약이나 형사사법공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따라서 강제추방 형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강제추방될 경우 김씨를 기소중지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직원 등이 현지 공항에서 김씨의 신병을 넘겨받게 된다. 김씨는 2011년 5월 SK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중국으로 출국했다.
김씨가 체포됨에 따라 현재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는 최 회장의 항소심 재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줄곧 김씨의 불법적인 권유에 속아 펀드에 투자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의 주범이 김씨라는 최 회장 측의 설명이다. 김씨는 최 회장 형제의 펀드투자를 도맡아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은 항소심 재판 막바지에 “2005년부터 김씨에게 투자했다 돌려받지 못한 돈이 6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김씨가 체포되기 바로 전날인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에 김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재판부에 고소장을 양형 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 막바지에 김씨를 고소하고, 공교롭게도 고소 직후 김씨가 대만에서 체포된 정황을 보면, 최 회장 측이 항소심 형량을 줄이기 위해 막후에서 역할을 한 것 같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판부는 최 회장에 대한 재판 재개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재판부가 법정에서 김씨를 ‘핵심 관련자’로 언급했기 때문에 선고기일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과 변호인은 김씨의 송환 이후 유·불리를 고려해 증인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의 직권으로 김씨가 증인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SK텔레콤 등 계열사 출자금 451억원을 가로채 선물·옵션 투자 명목으로 김씨에게 송금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