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졸속 대책으로는 ‘재해 특별시’ 오명 못 벗는다
입력 2013-08-01 18:22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이후 대형 공사장 안전특별점검을 실시한 지 일주일 만에 발생한 방화대교 접속도로 상판 붕괴사고는 서울시의 안전점검이 얼마나 졸속으로 실시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구두선에 그칠 뿐 사후 대책은 통과의례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15일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로 7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태스크포스까지 꾸려 대형 공사현장 점검에 나서 이번에 사고가 난 방화대교 공사 현장에 대해서는 24일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안전점검을 통과한 공사현장에서 일주일 만에 또 다시 대형사고가 발생한 만큼 서울시의 안전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구조적 문제점을 정밀하게 살펴볼 전문가 없이 공무원들이 현장을 대충 훑어보기만 하는 안일한 방식이니 사고가 어찌 일어나지 않겠는가. 노량진 사고와 방화대교 사고의 경우 점검 방식이 다르다고 항변하는 서울시의 변명은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망각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뿐이다.
책임감리제라고 해서 감리회사나 시공회사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이들이 안전수칙을 준수하는지 여부에 대한 총체적이고 최종적인 감독 책임은 발주처인 서울시에 있다. 시가 공사 관리감독 권한을 민간 업체에 맡겼다고 해서 나 몰라라 하고 두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월드컵대교 등 대형공사장 49곳에 대해 외부전문가와 공무원 합동으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해 안전과 관련한 문제가 발견되면 바로 공사를 중지하고 대책을 마련한 뒤 부서별로 기관장 책임 아래 재시공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뒷북 대책을 또 발표했다. 사고가 나면 원인과 책임소재를 밝히고 재발 방지대책을 약속하는 등 안전을 확보할 듯이 호들갑을 떨지만 제대로 개선될지는 의문이다.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진적 안전불감증 사고를 막으려면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내고,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하는 것은 물론 헛구호가 아닌 실천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형 공사장에 대해 안전을 위협하는 복잡한 하도급과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무리한 작업 강행 등이 있는지 상시 점검 체제를 가동하고 책임감리제가 안고 있는 미비점들을 서둘러 보완할 필요도 있다.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수박 겉핥기식 안전대책으로는 ‘재해 특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