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에 기적은 있지만 행복은 없다”는 지적
입력 2013-08-01 17:57
일제 강점과 6·25 전쟁을 겪고도 압축적 성장을 통해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는 기적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그러나 행복지수는 의외로 낮다. 표피적인 성공에 집착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바람에 일상에서의 진정한 평온함은 느끼기 어려운 것이다.
영국 출신 전직 기자의 신간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우리의 자화상을 핍진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극심한 남남갈등, 재벌의 과도한 영향력, 여성의 고위직 진출 차별, 과도한 영어 교육 등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사회가 숨막히는 경쟁구조로 지탱된다면 아무리 높은 경제지표도 비 행복의 징표라는 그의 지적은 옳다.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한 바닥에서 다시 출발해 월드컵 4강, IT강국을 이룬 것은 물론 원조 받는 나라에서 유일하게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우수함이 우리에게는 있다. 그러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것을 지켜내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다. 성장에 조급한 나머지 전통적 가치인 도덕과 양보를 경시함으로써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사회 모든 부분에서의 갈등과 다툼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시급히 해소해야 할 과제다.
사회는 이미 다원화된 지 오래인데도 아직까지 입신출세를 최고의 가치로 두고 일류가 아니면 스스로 실패했다고 실망하면서 기가 죽는 일이 다반사다. 성공의 기준은 매우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개발독재시대의 조급증이 몸에 배 가치분화를 제대로 생활에 접목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발전 못지않게 아량을 갖고 민주적 질서를 중시하는 일이다. 물질적 성장 속에서 오히려 국민들이 압박감을 느낀다면 이는 진정한 발전이라고 할 수 없다. 개개인의 행복이란 가치가 더 높은 곳에 자리 잡지 못한 사회의 부(富)는 다툼의 매개가 될 뿐이다. 봉사와 기부로 서로를 배려하는 한 차원 높은 사회가 되기 위하여 우리는 좀 더 넓게 보고 여유있게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