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민주당, 왜 원세훈에 집착할까

입력 2013-08-02 05:23


민주당이 구속 수감 중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불구속기소된 상태인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국정조사특위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들을 부르려는 것은 단순히 TV 카메라 앞에서 망신을 주려는 이유만은 아니라고 한다.

민주당이 1일 장외투쟁에 나서면서까지 이들의 증인 채택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이들의 ‘전향(轉向)’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은 현재 개인 비리로 구속돼 있는 상태다. 건설업자로부터 1억7000만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다. 국정원의 대선 및 정치 개입 혐의와 관련해선 김 전 청장과 마찬가지로 불구속 기소됐다.

원 전 원장이 자신의 구속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하고 있을 것으로 민주당 의원들은 보고 있다. 국정원장 정도면 용도를 모르게끔 써도 되는 합법적인 비밀 특수활동비가 최소 100억원 이상은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런 사람을 고작 1억원 좀 넘는 돈을 받았다고 뇌물 수수로 구속한 데 대해 원 전 원장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 나라의 정보수장을 지낸 거물을 하루아침에 잡범으로 잡아넣은 꼴”이라며 “개인비리 혐의 중에서도 ‘업자’한테 돈 얼마 받았다는 좀 망신스런 혐의라서 원 전 원장이 아마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 전 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돼 청문회에 나올 경우 전·현 정권에 타격이 되더라도,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발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 전 청장의 경우도 그가 나름대로 여권과 교감 하에 댓글 의혹 수사 축소·은폐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고, 만약 그랬는데도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면 그 역시도 반발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김 전 청장 또한 청문회에서 본인을 방어하기 위해 할 말을 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두 사람이 청문회에 나올 경우의 파장 때문에 새누리당이 이들의 증인 채택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