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형 BW 막차 발행 ‘봇물’
입력 2013-08-01 17:53
이달 말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금지를 앞두고 기업들이 앞 다퉈 BW를 발행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분리형 BW를 발행한 상장기업은 204곳(발행건수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6곳)보다 63% 늘었다. 이들 기업이 BW로 모은 돈은 총 2조425억원으로 이 역시 전년 동기(1조 3498억원)보다 51% 증가했다.
회사채 형식으로 발행되는 BW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청구할 수 있는 증권이다. 투자자들은 발행기업의 주가가 약정된 매입가 이상으로 오르면 주식 청구 권리를 행사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 중 분리형 BW는 신주인수권과 사채를 따로 분리해 매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분리형 BW를 8월 말부터 발행 금지하기로 정했다. 기업 오너 등이 분리형 BW를 이용해 편법적으로 자녀들에게 지분을 상속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싼값에 신주인수권만 사들여 지분율을 높였던 것이다.
중소기업 유동성 공급 등 다양하게 쓰였던 분리형 BW가 시한부 위기에 놓이자 기업들이 최근 BW를 마구 발행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4월에는 2274억원어치가 발행되는 데 그쳤지만 지난달에는 5537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금융업계에서는 최근 BW를 발행한 기업들도 자산을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 신주인수권만 사들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 기업지배구조 컨설팅업체 네비스탁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분리 매각된 5765억원의 신주인수권 대부분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매수했다. 엄상열 네비스탁 팀장은 “제도 폐지가 임박해 발행이 급증한 것을 보면 유동성보다도 신주인수권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