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소재·에너지 비중 확대”
입력 2013-08-01 17:53 수정 2013-08-01 22:04
지난달 25일 콘퍼런스콜 형태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포스코는 ‘철’에서 ‘소재·에너지’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박기홍 포스코 기획재무부문장(사장)은 “철강사업 비중을 장기적으로 50% 이하로 낮출 것”이라며 “소재와 에너지 등 비철강 부문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주요 철강 관련 투자 프로젝트도 대부분 끝나 소재·에너지 분야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제철보국’(製鐵報國·철을 만들어 국가에 기여한다)을 기치로 내건 포스코는 왜 간판을 바꾸는 것일까. 철강에 의존하던 사업구조를 소재·에너지로 다양화하겠다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철강 분야는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센 데다 공급과잉 우려마저 높다. 글로벌 경쟁력 1위 제철소지만 이윤을 내기가 쉽지 않다. 리스크를 줄이면서 소재·에너지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정준양 회장은 지난해 창립 44주년을 맞아 ‘꿈과 희망, 소재와 에너지로 더 나은 세상을!’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발표했었다. 정 회장은 창립기념사에서 “사업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철강명가(名家)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내면서 종합 소재 및 에너지 사업에서도 명가 포스코의 이름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포스코가 1일 베트남 빈증성(省)의 ‘베트남-싱가포르 합작 제1공단’에서 연산 6만t 규모의 제2 스테인리스 냉연 가공센터 준공식을 갖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스코는 2008년 동나이성 연짝공단에 들어선 탄소강 냉연 가공센터, 2010년 제1 스테인리스 냉연 가공센터에 이어 세 번째 가공 공장을 준공했다. 이로써 포스코는 베트남 최대의 탄소강·스테인리스 가공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포스코가 철강 부문 비중을 줄이고 나선 것은 구조적 실적 악화 때문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올 2분기 철강 부문 매출액은 12조207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조원 이상 줄었다. 영업이익도 1조1430억원에서 7430억원으로 추락했다.
경기침체로 국내외 철강 수요가 회복흐름을 타지 못하는 데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철강가격 사정도 나쁘다. 2007년 호황 때 너도나도 몸집을 불렸다가 공급과잉이라는 부메랑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비철강 부문, 특히 에너지·소재에 주목하고 있다. 어느 분야보다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
‘체질 개선’은 이미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9조9110억원이던 그룹의 비철강 부문 매출액은 올 2분기 11조1190억원까지 성장했다. 총 매출에서 비철강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1.8%에서 47.7%까지 뛰었다.
포스코엠텍과 포스코켐텍이 주도하는 화학·소재, 포스코에너지의 발전·에너지, 대우인터내셔널이 맡은 해외자원개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ICT는 철강 인프라 및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해외진출이 본격화되면서 뛰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다. 2005년 경인에너지를 인수해 출범한 포스코에너지는 3300㎿ 발전 능력을 가진 국내 최대 민간 발전회사로 성장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철강회사가 앞 다퉈 몸집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철강업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기술, 자금력을 바탕으로 종합소재·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