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흔적없다” 경찰주장 반박하는 CCTV 공개
입력 2013-08-01 17:52
경찰이 대선 전인 지난해 12월 13∼16일 국가정보원이 인터넷에서 선거개입 활동을 했다는 증거자료를 확보하고도, 12월 16일 밤에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허위 발표를 했다는 구체적 정황을 담은 CCTV 영상이 1일 공개됐다.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국회에서 폭로한 영상은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 분석관들이 국정원의 댓글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해 이를 분석하면서 나누는 대화 장면을 담았다. 영상은 검찰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수사은폐 혐의로 기소하면서 증거자료로 제시한 것으로, 이번에 특위에 제출됐다.
영상에서 분석관들은 국정원 직원들이 어떻게 선거 관련 댓글을 작성하고 영향을 끼치는지를 구체적으로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4가지 유형은 야당에 유리한 글을 삭제 요청하는 경우, 다른 아이디로 접속한 뒤 자기 게시물에 ‘추천 버튼’을 누르는 경우, 야당에 불리한 글에 댓글을 다는 경우, 야당에 유리한 글이 게시판의 높은 순위에 오르지 못하게 방해하는 경우 등이다. 분석관들은 또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활동을 품평하기도 했다. 한 분석관은 “업무가 되게 재미없을 것 같지 않아요? 자기 게시글에 자기가 댓글 달고”라고 말했고, 다른 분석관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에요”라고 맞장구쳤다. 특히 한 분석관은 “지금 여기서 잘못되면 삐끗하면 국정원 조직적으로…”라고 언급해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았다고 판단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런데도 수서경찰서는 16일 밤 김 전 청장의 지시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