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사례비 근로소득 아닌 ‘기타소득’으로 과세

입력 2013-08-01 17:50 수정 2013-08-01 21:46


오는 8일 발표되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목사 등 종교인에 대한 과세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과세 항목은 교계의 입장을 반영해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정부와 예장통합,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에 따르면 정부는 종교인의 소득(사례비)을 세법상의 ‘기타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교계는 목사를 근로자로 간주하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성직자의 존엄성과 거룩성을 해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근로소득세’에 대한 과세를 반대해왔다.

기타소득은 근로·연금·부동산·이자 소득 이외의 일시적, 또는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으로 강연료나 기고료 등이 여기에 속한다. 기타소득의 과세표준은 일반적으로 필요경비의 80%는 인정하고, 나머지 부분에 22%(지방세 포함) 세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월 300만원 정도 사례비를 받는 종교인(4인가족 기준)의 경우, 필요경비(80%)는 240만원이고, 과표는 60만원이 된다. 여기에 세율(22%)을 적용하면 대략 세금은 13만2000원이 된다. 1년에 대략 158만4000원 정도 과세가 될 전망이다. 연간 사례비의 약 4.4%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행 근로소득세율은 소득 수준에 따라 6∼38%에 달한다.

지난해 말 종교인 과세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가 한차례 유보했던 정부가 반년 만에 재추진하게 된 것은 조세 형평성 차원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상반기동안 예장통합과 예장합동 등 주요 교단과 종교계를 대상으로 간담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종교인 과세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종교인과세 방안, 특히 ‘기타소득’ 항목에 대한 교계 내부의 견해는 엇갈린다.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는 사회 여론과 교계 분위기상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과세항목에 대해서는 입장이 조금씩 달리하고 있다.

NCCK 교회발전연구원 코디네이터인 황필규 목사는 “종교인 과세 방침에 대해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면서 “하지만 사례비 규모에 따른 형평성을 감안한 시행령, 또는 법개정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하지만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교단과 주요 교계 단체 등의 구체적인 의견 수렴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예장합동총회의 목회자세금납부대책 연구위원회 위원장인 손상률 목사는 “교단 입장에서는 종교인 과세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예장통합 세정대책위원장인 세무사 출신의 김진호 장로는 “목회자 사례비를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것 자체가 세법논리상 논란의 여지가 많다”면서 “실제 시행하더라도 중소도시나 시골 목회자들은 소득 신고 절차 등에 있어서 느끼는 행정적인 부담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인 최호윤 회계사는 “현행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될 경우, 사례비가 적은 목회자들이 고소득 목회자보다 세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찬 최승욱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