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 “예산감축땐 항모 3척 줄여야”

입력 2013-08-01 17:53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31일(현지시간) “의회가 내년 예산감축 계획을 그대로 승인한다면 항공모함 3척을 줄여야 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언론 브리핑에서 한 얘기지만 사실은 의회를 상대로 한 발언인 셈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현재 미 해군의 항공모함은 모두 11척으로 예산 삭감에 따라 8∼9대로 줄어들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작은 규모가 된다.

헤이글 장관은 이와 함께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미국 국방부는 500억 달러를 감축하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10년에 걸쳐 5000억 달러를 감축해야 한다”면서 “육군의 경우 기존 계획보다 10만명가량 추가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미군은 당초 2017년까지 최대 57만명까지 유지되던 육군을 49만명까지 줄이고, 25만명이던 해병대는 18만2000명까지 축소할 계획이었다. 미 국방부는 육군이 1950년 이후 유례없는 수준의 병력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서 해외에서 전쟁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배치와 전투준비 태세를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헤이글 장관은 특히 “앞으로 10년간 이행될 급격한 예산 감축으로 미국은 준비가 안 되고 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군대를 갖게 돼 더욱 기술적으로 진보된 적국을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은 이제 비록 규모는 작지만 뛰어난 첨단 능력을 갖춘 군대를 갖느냐, 아니면 특수부대가 없고 연구와 무기체계 발전도 없는 덩치만 큰 군대를 갖느냐 사이에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