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나치 배우자’ 망언 철회했지만…
입력 2013-08-01 17:53 수정 2013-08-01 18:08
독일 나치 정권의 개헌 방법을 배우자고 했던 아소 다로(麻生太郞·사진)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각국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문제의 발언을 철회했다.
아소 부총리는 1일 재무성에서 기자들에게 “나치 관련 발언이 내 진심과 달리 오해를 불러 유감”이라며 “예시가 잘못된 결과를 낳은 만큼 나치 정권을 예로 든 걸 철회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그는 “개헌이 충분한 국민적 이해와 논의 없이 진행된 나쁜 예로 나치 정권의 바이마르헌법 개정을 언급한 것”이라며 “나는 나치와 바이마르헌법 개정 경위를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9일 도쿄에서 열린 국가기본문제연구소 월례 연구회에서 “바이마르헌법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나치 헌법으로 바뀌었다. 이 수법을 배우면 어떠냐”는 말로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전환하는 등의 헌법 개정이 소란스럽게 진행되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이 반발해 차질을 빚을 수 있으니 은밀히 추진하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런 아소 부총리의 발언은 일본 국내외에서 망언으로 회자되며 비난 여론을 불렀다. 한국과 중국이 즉시 비판에 나섰고 미국의 대표적 유대인 인권단체 사이먼 위젠탈 센터가 진의 설명을 요구하는 항의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국내에서는 야당인 사민당이 지난 31일 공식 담화에서 아소 부총리에게 발언 철회와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아소 부총리는 중의원 의원을 겸직 중인 11선 의원이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오하타 아키히로 간사장도 1일 “(아소의 발언은) 나치의 행동을 칭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익을 해치는 발언”이라며 “개인 발언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아베 정권이 견해를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아소 부총리의 이날 해명은 사태 수습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나치가 했던 일을 미화하거나 두둔했다가 빈축을 산 사례는 아소 부총리뿐만이 아니다. 프랑스 중도우파 민주독립연합 소속 질 부를둘레 하원의원은 최근 “히틀러가 로마에서 충분히 죽이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1995년에는 일본 월간지 ‘마르코폴로’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는 날조된 이야기였다는 기사를 실었다가 위젠탈 센터의 항의를 받고 폐간되기도 했다.
독일 바이에른주 북부 뷔르츠부르크 가톨릭신학대학에서는 한 맥주 보관창고에서 히틀러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나치 의식을 벌인 신학생 2명이 퇴학당했다. 한편 위젠탈 센터는 지난달 말 베를린과 함부르크 등 독일 주요 도시에 전단을 붙이고 나치 전범자 추적 캠페인에 나섰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