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잇단 성추문… 공화 “잘 만났다” 공세

입력 2013-08-01 17:53

미국 민주당이 최근 연이어 터진 성추문 사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외설스러운 문자를 주고받은 ‘섹스팅’이 발각된 앤서니 위너(48) 뉴욕시장 예비후보와 자신의 대변인을 성추행한 봅 필너(70) 샌디에이고 시장이 반성의 모습보다 각기 선거 완주, 시장직 유지 의지를 공공연히 강조해 여론만 악화되고 있어서다. 공화당은 급기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항해 공세에 나섰다.

공화당전국위원회 커스틴 쿠코스키 대변인은 지난 31일(현지시간) “지난해 공화당에서 강간 관련 문제성 발언이 불거졌을 땐 재빨리 비난하더니 이번에는 조용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공화당 관계자도 “공화당을 때리던 지난해의 민주당 행태와 비교하면 백악관의 침묵은 위선스럽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상원의원 선거과정에서 공화당의 토드 아킨 전 하원의원이 “강간을 당한 여성이 임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막말하자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들고 일어나 집중포화에 나섰고 아킨 전 의원은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 사건은 대선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게 중론이다.

공화당의 공세에도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위너나 필너의 사건에 대해) 논평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대신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만 “두 사람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론 악화도 민주당이 점점 ‘사면초가’로 모는 데 한몫하고 있다. 위너 사건의 경우 일주일째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인을 대동해 뉴욕시장 선거 완주 의사를 밝힌 뻔뻔한 행태, 선거참모의 사퇴, 지지율 1위에서 4위로의 추락 등이 연이어 언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선거까지 3개월 남짓 남아 있지만 같은 시기 치러지는 뉴욕 감사관 선거에 나선 엘리엇 스피처(54) 전 뉴욕주 주지사의 과거 성추문 사건까지 새삼 부각되며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스피처는 2008년 고급 매춘조직의 VIP 회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주지사직에서 물러난 뒤 5년 만에 정계 복귀에 나선 상태다. 필너 시장은 성추행 소송비용을 시 예산으로 집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민주당의 성추문에 관대했던 미 언론도 민주당 때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폭스뉴스는 공화당의 선거 전략가 칼 로브의 말을 인용해 “섹스 스캔들이 공화당에서 터지면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정서상 당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여론이 조성돼온 반면 민주당의 섹스 스캔들은 주로 ‘가십’으로 다뤄지는 경향이 있었다”며 “똑같은 성추문 사건에도 이중 잣대가 분명히 존재해 왔다”고 지적했다.

칼럼니스트 매트 윌스테인은 한 미디어비평매체 기고문에서 “지난해 공화당 의원의 여성 관련 막말은 ‘여성과의 전쟁’ 식으로 보도됐는데 보다 심각한 민주당의 성추문 사건에선 이런 제목을 발견하기 어렵다”며 “‘진짜 여성과의 전쟁’은 소위 진보라 불리는 남성들이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