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폭 피해자에 사죄·배상하라”… ‘원폭투하 68년’ 앞두고 교계·시민단체 기자회견

입력 2013-08-01 17:48


한국에 대한 일본 각료들의 망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 한국정부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한교봉)등 기독교단체와 시민단체, 원폭피해자들로 구성된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는 1일 서울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원폭피해자와 2세환우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다.

한교봉 사무총장 김종생 목사는 “전쟁은 68년 전 끝났지만 방사능의 저주를 입은 한국인 피해자들은 아무 보상도 못 받고 고통을 이어 가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및 피해자 자녀에게 사죄하고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대회의 심진태 공동대표는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면서 한국동포 4만여 명이 죽었고, 3만여 명이 살아남았는데 지난 4월 기준 생존자는 2645명에 불과하다”며 “원폭 피해자들은 대를 물려가며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원폭2세대 환우회 한정순 회장은 “후유증으로 다리관절이 녹는 ‘무혈괴사증’을 앓아 인공관절 이식수술을 4번 했고, 신경장애로 불면증 약까지 먹고 있다”며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림대 의대 주영수 교수가 원폭피해자 1세대의 자녀 1226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역시 각종 질병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 교수는 “원폭피해 1세대들은 후유증으로 심장·혈관계통 및 뇌혈관 질환을 주로 앓았는데 2세들도 남성은 대장암 발병률이 일반인 보다 7.9배 높았고, 여성은 간암과 백혈병 발생률이 13배나 높았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한국정부에 원폭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요청했다. 한국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 과정에서 원자폭탄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를 제외했다. 지금까지 원폭 피해자에 대한 진상규명과 실태조사 역시 진행되지 않았다.

국회에 민주당 이학영 의원과 새누리당 김정록 이재영 의원,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원폭 피해자 실태 조사 및 의료 및 생활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국무총리 소속 원폭피해자지원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지만 제정 여부는 미지수다.

일본은 1968년 ‘원자폭탄피폭자에대한특별조치에관한법률’을 만들어 자국민 원폭피해자들에게 건강수당·개호수당·장례비·보건수당 등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1995년에는 피폭자원호법을 만들어 종합적인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원폭피해자들에게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한국교회였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1970년대부터 원폭 피해자 지원 활동에 관심을 갖고 피폭자들에 대한 치료와 가족생계 지원, 치료 및 보상 대책 요구, 일본을 상대로 한 보상촉구활동, 대정부 법률개정촉구 활동을 시작했다. 교회여성연합회는 이번 연대회의에도 동참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70∼80년대만 해도 한국인 원폭피해자 문제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한국교회여성연합회를 포함해 한국기독교가 원폭피해자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이 문제는 묻혀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