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단체 기부금 무질서 바로잡아라

입력 2013-07-31 23:10

포괄적 모금 허용하되 정보공개 강화해 투명성 높이길

정부가 오해를 무릅쓰고 시민단체의 기부금 운용 실태 조사에 나선 것은 그동안 이들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로 크고 작은 원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세금공제 등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 가운데 상당수가 공익적 목적을 망각하고 사익을 추구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조사 배경의 하나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보수나 진보 진영 등으로 갈려 있는 시민단체의 성격을 고려하지 말고 공정하게 점검하는 게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방만한 기부금 운영이 도마에 오른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반발을 우려해 손을 제대로 대지도 못했다.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그럴듯한 계획서를 제출해 예산을 타내고는 실제 집행은 제대로 하지 않은 곳이 부지기수였지만 이들의 위세에 눌려 제대로 된 점검은 엄두도 못 냈다. 집권 초기 촛불집회에 혼쭐이 나 임기 내내 시민단체들의 눈치만 보고 말았다.

정부가 손놓고 있는 사이 한 시민단체 간부는 지상파 방송이 모금을 통해 거둬준 소년소녀가장 돕기 기부금을 횡령했다. 유기견 카페 운영자는 후원금으로 받은 돈을 착복했고, 지난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는 박원순 당시 후보가 운영했던 재단의 대기업 후원금 문제가 구설에 올랐다. 시민과 회원들의 선의를 악행으로 되갚는 파렴치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기부금이 방만하게 운영된 배경에는 지나치게 엄격한 관련법도 한몫했다. 가령 기부금을 사업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할 경우 인건비가 들기 마련인데 이를 제대로 신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에 탄력성이 없어 소요 자금을 제대로 신고할 경우 적자가 날 수 있는 구조라 부득이 편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경직된 회계 처리 기준과 정부 보고 규정이 공익활동에 장애가 됐다니 조속히 바꿔야 할 것이다.

마침 정부도 시민단체의 이 같은 어려움을 고려해 기부금품 모집 관련 법률을 개정키로 했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영리 목적이나 공공질서 및 사회윤리 등을 해칠 목적이 아닌 경우 등에는 모든 사업에 대해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의 폐쇄식 모금 방식에서 개방식으로 과감하게 전환한 것이다.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집할 때 사전에 등록하도록 한 것도 고쳐 사후에도 가능토록 했다. 모금은 쉽게 하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꾼 것으로 적절해 보인다.

시민운동이란 원래 회원들이 낸 돈과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우리의 경우 참여도가 떨어져 자금이 항상 모자라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공익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에 지원금을 주고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다만 회계 투명성만은 제고해 시민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모든 일을 정부가 할 수는 없는 만큼 시민단체의 존재는 불가피하다. 이번 조사가 시민단체들의 투명성이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