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입양 토마·마티아스 데뤼에 형제 “佛 전통 샴페인 母國에 알리고 싶어”

입력 2013-07-31 19:02


세계 최초로 샴페인을 개발한 동 페리뇽은 프랑스 샹파뉴주 오빌레 마을에서 태어났다. 이 샴페인의 고장에 현재 검은 눈의 샴페인 제조가들이 있다. 한인 입양인 토마 데뤼에(한국명 김용현·28)와 동생 마티아스 데뤼에(한국명 김은석·26).

프랑스 양부모는 한국에서 입양한 형제에게 100여년 역사의 샴페인회사 ‘샹파뉴 데뤼에’를 물려줬다. 가업을 이은 토마와 마티아스는 지난 29일 서울을 찾아 세계한인입양인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 내놓으려고 특별히 개발한 샴페인 ‘토마 김 데뤼에’를 들고 왔다.

토마는 생후 3개월이던 1985년, 마티아스는 18개월이던 89년 입양됐다. 토마는 네 살 때 거울에 비친 얼굴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고 입양아임을 깨닫게 됐다. 그때부터 부모는 어린 토마에게 입양아란 사실을 숨기거나 부끄럽게 여기지 말라고 가르쳤다. 마을 사람들도 형제의 사연을 알고 있었기에 혹여 입양아란 이유로 괴롭힘 당하지 않게 챙겨줬다. 마티아스는 31일 “우리는 좋은 부모와 좋은 친구, 좋은 환경에서 자란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가족들이 샴페인 만드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포도를 맛보며 농장에서 뛰어놀았고, 14세 때부터는 포도 수확을 도왔다. 18세가 되자 부모는 본격적으로 샴페인 제조법을 가르쳤다. 토마는 샴페인과 함께 자라면서도 그것이 인생의 전부가 되리란 생각은 못했다고 한다. 22세까지 프랑스 랭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그러다 문득 포도가 자신의 운명이란 걸 깨닫고 대학을 자퇴한 뒤 마티아스가 다니던 와인전문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데뤼에 가문은 1888년부터 샴페인을 만들었다. 1939년부터 ‘샹파뉴 데뤼에’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독립 샴페인생산업체 ‘샹파뉴 데뤼에’는 포도 재배부터 압착, 주조, 판매까지 모든 공정을 관장하며 1년에 3만병만 한정 생산한다. 지난해 프랑스 샴페인 생산량은 3억2000만병이었다. 데뤼에 가문의 ‘마지막 자손’인 이들이 가업을 이어받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토마는 “우리가 샴페인 사업을 안 하겠다고 했다면 ‘데뤼에’란 성을 갖지 않은 다른 사람이 ‘샹파뉴 데뤼에’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는 최근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토마의 이름과 한국 성 ‘김’을 딴 ‘토마 김 데뤼에’ 샴페인 3종을 선보였다. 토마는 “가끔 아시아 투자자들이 방문할 때 동양인이 샴페인업체를 운영하는 걸 보고 놀란다”며 “그때마다 우리 사연을 들려주면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프랑스적인 샴페인’이라며 좋아한다”고 웃었다.

한국의 친부모를 찾아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형제는 고개를 저었다. 토마는 “한국말도 할 줄 모르고, 아직 한국 문화도 생소하다”며 “한국에 대한 공부를 더 한 뒤 만날 날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제는 친부모가 나를 입양 보낼 수밖에 없던 상황을 이해한다”며 “당시에는 낙태도 많았다고 들었는데 나를 낳아줘 고맙다”고 했다.

형제는 모국인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전통 샴페인의 역사와 가치를 한국인에게 알리는 것이다. 마티아스는 “프랑스에 오랜 역사와 장인정신으로 만드는 샴페인이 있다는 걸 한국인들에게 알리고 그 맛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김유나 조성은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