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황우여 등 협상파 입지 흔들

입력 2013-07-31 18:37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한 가운데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이제 그만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국’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 협상파의 목소리는 당내 강경파 입김에 가려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색 정국을 돌파할 출구를 찾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은 황우여 대표의 위상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황 대표는 전날 제10차 북한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참석차 폴란드로 출국하기 직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일이 잘 돌아가면 내일 갈까 했는데, 다들 빨리 다녀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출구전략을 논의할 전격 회동을 준비했지만 무산됐고 당내 반대세력 주장에 떠밀려 출국일정까지 당기게 된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31일 여야 대표의 ‘NLL 수호 공동선언’ 추진과 관련해 “타이밍상 합의 내용이 너무 빨랐다”며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동선언을 하려면 (국가정보원이 보관 중인) 녹음파일을 열람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문제가) 정리가 돼야지, 선언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대화록의 진위를 가리지 않으면 ‘국정원 보관본은 끼워 맞춘 것, 마사지한 것’이라고 한 민주당 박범계 의원식(式) 주장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출구전략을 우선시할 수 없다는 논리인 셈이다.

국정원 댓글 의혹에서 시작해 NLL 포기 발언 논란, 대화록 실종으로 이어진 정국 흐름에서 새누리당 협상파의 전략이 야당에 먹히지 않았던 것도 이들의 약세를 불러왔다는 평가다. 지난달 황 대표는 국가기록원 보관본 열람에 반대하며 본회의 표결에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화록이 실종된 것으로 드러나 여당이 주도권을 잡는 국면이 되자 머쓱한 입장이 돼 버렸다.

강경 일변도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립 성향인 이완구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여야 대표가) 두 분 다 온건한 성품에 합리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 강경파에게 많이 밀린다”고 걱정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