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정당정치 퇴행… 민주, 프랜차이즈 정당”
입력 2013-07-31 18:36 수정 2013-07-31 22:09
독일 배우기에 나섰던 야권의 최대 공부모임인 ‘혁신과 정의의 나라’ 포럼이 31일 ‘시즌1’ 일정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무소속 안철수 의원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최장집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은 독일과 우리 정치권을 비교하면서 “한국 정당정치는 책임정치가 실종된 퇴행적 모습”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많이 했다.
최 이사장은 국회에서 ‘한국정치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민주당은 정당으로서의 리더십 정점, 즉 구심력 없이 의원 1인 각자가 정당의 이름을 갖고 활동하는 ‘프랜차이즈 정당’”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노무현정부 이래 ‘당내 민주화, 돈 안 드는 선거, 완전 국민경선제’ 등 당 대표의 탈권력화와 집단지도체제를 추구했는데, 이 때문에 정당 리더십이 해체되고 정당이 집합행위를 할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최 이사장은 아울러 “야당이 균형과 견제의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정부의 역할을 방기하고 소홀히 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민주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국 대응을 언급하면서는 “정부의 권력행사나 구체적인 정책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등) 부차적인 논쟁에 집중해 정작 중요한 문제를 돌보지 않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에 대한 여야 공방과 관련해서도 “어지러운 대립을 걷어내고 보면 정당정치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정치가 해야 할 문제를 검찰 조사 등 사법적 문제로 넘기고 해결을 바라는 것은 정치 실패이자 정치인·정당들의 자기부정 행위”라고 했다.
최 이사장으로부터 잔뜩 지적을 받은 민주당 의원들은 NLL을 비롯한 현안에 대한 안철수 의원의 미온적 태도를 겨냥해 “초엘리트주의 성향”이라고 공격했다. 최재성 의원은 “파편적, 단편적 지적은 수긍하지만 지적을 넘어 해결 방안도 함께 내놨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성주 의원도 “구경꾼으로 지켜보다 ‘너희끼리 싸워서 나라가 엉망’이라며 반사이익을 얻는 정치가 과연 옳은 것인가 의문”이라고 거들었다.
한편 ‘혁신과 정의의 나라’ 포럼은 민주당 원혜영 의원의 주도로 지난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총 10회에 걸쳐 진행됐다. 범야권 91명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김종인 전 박근혜대선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 대사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원 의원은 10월 이후 ‘시즌2’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