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新 F4’에 등떠밀려 장외로
입력 2013-07-31 18:36 수정 2013-07-31 22:08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장외투쟁 선언은 당내 강경파에 쫓기듯 급하게 결정한 측면이 적지 않다. 때문에 “지도부가 강경파에 끌려다니고 있다”거나 “김 대표가 강경파한테 신임을 받으려고 장외로 나가는 것 같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일련의 여야 대치국면에도 불구하고 장외투쟁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런데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 위원과 당내 친노(親盧·친노무현)계,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장외투쟁론이 제기되면서 계속 흔들렸다. 이들 ‘신(新) F4 그룹’(F4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 4명의 주인공을 일컫는 말)은 한때 주류였으나 지금은 비주류로 밀려난 상태다. 민주당은 31일 의원총회에서 이들의 집중적인 장외투쟁 요구가 이어지면서 결국 지도부가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지도부도 여당과 협상이 안 되면 최후수단으로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들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밖에 나가더라도 나갈 명분을 충분히 쌓은 뒤 나가야 국민들이 지지해주고, 투쟁도 강력히 전개할 수 있는데 좀 이르게 선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경파에서는 “진즉에 나갔어야지 늦었다”는 반응이다. 어렵게 내린 지도부의 결단을 크게 반기지도 않는 셈이다.
민주당의 엇박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구주류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친노계에 비협조적이었던 김 대표의 리더십을 별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또 우상호 의원이 의총에서 “왜 이리 지도부가 순둥이처럼 대응하느냐”고 지적했듯 김 대표 스타일이 지나치게 온건하다는 불만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김 대표가 전략이 뛰어난 분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은 이런 불협화음이 민주당의 오랜 고질병인 ‘노선 갈등’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많다. 진보주의자와 중도실용주의자가 한 집안에 있다보니 사사건건 대립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