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경제민주화 총대 멨던 노대래 “너무 나갔나”

입력 2013-08-01 02:58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1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노 위원장은 6월 국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취임 이후 경제민주화의 선봉장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경제민주화 입법이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정책 기조를 경제민주화에서 경제 살리기로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후 일감 몰아주기 과세 완화 방침을 밝히며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최근 대통령과 부총리의 경제민주화 퇴색 시사 발언에 치이면서 노 위원장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주무부처 수장이지만 정부 일각에서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노 위원장은 3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주변에서 자꾸 (경제민주화 의지를) 얘기 안한다고 뭐라고 하는데, 지금은 얘기하면 절대 손해”라며 “경제민주화 안한다는 말만 안하면 되는 것”이라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현 상황에서 침묵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현 부총리의 최근 발언에 대해서도 “애드리브(즉흥적인 발언)로 생각한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공정위 일각에서는 침묵하는 위원장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 간부는 “전임 김동수 위원장은 MB(이명박 대통령)와 직거래가 가능했지만 노 위원장은 그런 면에서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를 이겨내고 경제민주화의 불길을 다시 살려놓을 수 있을지 노 위원장의 리더십은 이제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구체적으로 9월 국회에서 신규순환출자금지법안 통과 여부, 공정위 대기업 조사국 신설 여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취지를 퇴색하지 않을 수준의 시행령 제정 등 3대 현안이 어떻게 결론 내려질지를 보면 경제민주화의 ‘운명’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3가지 모두 경제민주화를 위한 필수적 요소”라며 “바로 반격하지 않고 돌아가려는 노 위원장의 우회전술이 통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