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이코노미스트지 기자 다니엘 튜더 “기적 이뤘지만 기쁨 잃은 한국”
입력 2013-07-31 18:29
“한국은 너무나 괜찮으니 다른 나라 따라잡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하느라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요. 한국은 짧은 시간에 수많은 성취를 이뤘고 부작용도 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극복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해요.”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다니엘 튜더(31·사진)가 새 책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문학동네) 발간을 기념해 31일 서울 신문로 한 레스토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부한 말이다. 이 책은 그가 지난해 영어로 펴낸 ‘Korea: The Impossible Country(한국, 불가능한 나라)’를 노정태씨가 번역한 것이다.
튜더가 한국을 처음 방문한 건 2002년 한·일월드컵이 한창일 때. 한국인의 열정적인 응원 열기를 보며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옥스퍼드대(학사)·맨체스터대(MBA)를 졸업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0년부터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북한 문제와 대선 등 많은 기사를 썼지만 그의 존재를 각인시킨 건 ‘한국 맥주가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는 기사. 그는 “빨갱이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며 웃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는 친구들과 소규모 양조 맥주집을 서울 이태원에 열었다. 그리고 아예 전업 작가로 나서기로 하면서 회사도 그만뒀다.
집필 동기를 묻자 “15년 전 마이클 브린이 펴낸 ‘한국인을 말한다’ 이후 영어권 독자에게 전체적인 시각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책이 없어 안타까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방인의 시선에서 한국사회를 얕잡아보거나 개인적 감정과 판단에 의존하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 60여명과 인터뷰를 해서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장에 당선되기 전 만난 것을 비롯해 축구 국가대표 사령탑이 된 홍명보 감독과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 영화배우 최민식, 우주인 이소연씨 같은 유명인사뿐만 아니라 월급쟁이, 교육 문제를 고민하는 주부, 택시기사 등 평범한 이들도 많이 만났다.
수년간의 한국 생활과 한국에 대한 공부, 인터뷰를 망라해 한국의 현실을 기록했다. 극심한 남남갈등 같은 정치적 문제, 재벌의 과도한 영향력, 여성의 고위직 진출에 대한 차별, 과도한 영어 교육, 술문화까지 빠지지 않지만 그 속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경쟁’이다. 그는 말한다. “성공을 정의하는 시각이 너무 좁아요. 여러 가지 기준에 조금이라도 부합하지 못하는 사람은 루저라고 부르는데, 너무 위험해요. 이 책을 통해 성공의 의미와 경쟁의 부정적인 면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