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실종됐다… 김한길, 장외투쟁 선언
입력 2013-08-01 01:53
정치가 실종됐다. 대화와 타협은 온 데 간 데 없고, 대립과 정쟁만 남았다. 여야 모두 소수 강경파가 득세해 당론을 주도하면서 온건파와 협상파는 설 자리를 잃었다.
당 지도부마저 소수 강경파에 휘둘리는 이른바 ‘왝 더 독(wag the dog·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 현상이 만연되면서 타협 정치의 여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3년 여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 주소다.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증인채택 협상 결렬에 따라 1일부터 장외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해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 시간부로 비상체제에 돌입한다”며 “제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 본부장을 맡아 원내외 투쟁과 협상을 직접 이끌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는 촛불시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스스로 국정조사를 포기하는 자폭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은 9개월째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국가기록원 대화록 실종에 대한 검찰 수사와 야당의 특별검사법 발의로 또다시 맞서 있다. 여야 모두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강경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의 친노(親盧·친노무현) 구(舊)주류는 NLL을 헌납하려 한 세력이라고 낙인찍힐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생존의 문제로 여긴다”며 “가부간 이른 시일 내 대화록 실종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돼야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에서도 황우여 대표 등 온건파가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며 군인 출신인 남재준 국정원장, 청와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등이 강경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폭우와 물가 상승으로 국민들의 삶이 팍팍하고, 대외적으로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일본 자민당의 우경화 심화, 개성공단 파국위기 등 상황이 엄중한데도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 돌입으로 여야 대치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단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면 들어올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제시할 카드가 별로 없다”며 “국가적으로 큰 이슈가 터지지 않는 한 대치국면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9월 정기국회도 실종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첫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민생 법안이 적지 않다. 결국 정치 실종은 민생 실종으로 이어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현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재중 임성수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