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보다 국익”… 고발자들 수난

입력 2013-07-31 18:16

전 세계 정부와 법원에선 국익이 양심보다 우선하는 모양새다. 이라크 전쟁 정보분석관 브래들리 매닝이 이적 혐의를 제외한 거의 모든 혐의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곳곳에 숨어 지내고 있는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들의 딱한 처지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매닝 판결에 비춰 이들의 앞날도 순탄치 못할 것이라고 뉴욕매거진 등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는 현재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1년 넘게 사실상 감금 생활 중이다. 스웨덴 여성 2명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수배 중이던 그는 영국 정부의 추방 조치에 직면하자 에콰도르 대사관에 찾아가 망명을 신청한 바 있다. 망명이 허가된 뒤에도 그는 “대사관 밖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오면 체포할 것”이라는 영국 경찰의 엄포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어산지는 이날 매닝의 유죄 소식을 듣고 홈페이지에 “안보 극단주의의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진실을 알리는 일이 간첩죄가 될 순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지난 6월 홍콩에서 미국 정부의 정보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의 존재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처지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여전히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환승구역에 머무르며 망명이 허가되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스노든의 신병 인도를 놓고 미국과 기싸움을 벌이는 러시아가 망명을 허락해주지 않는다면 언제까지 환승구역에서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야 할지 알 수 없다.

두 내부고발자와는 다소 상황이 다르지만 폭스뉴스 기자에게 북한에 대한 기밀자료를 넘겼다는 혐의로 2010년 8월 기소된 전 국무부 정보분석가 스티븐 김도 끝없이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스티븐 김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검찰 측 증거자료 제출이 여러 차례 지연됐기 때문이다. 스티븐 김의 심리는 몇 번 미뤄진 끝에 6월 재개됐지만 햇수로 4년째 질질 끌고 있는 재판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는 형편이다. 그동안 연방수사국(FBI)에 의한 인종차별 논란까지 빚어졌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