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에 기밀유출’ 美 매닝일병 재판… “내부고발자는 단죄” 위협용 판결
						입력 2013-07-31 18:16  
					
				‘선의의 내부고발자 내지는 반역자.’
2010년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군사·외교 기밀자료를 넘겨 체포된 후 3년간 미국에서 이 두 개의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브래들리 매닝(25) 육군 일병이 30일(현지시간) 이적 혐의와 관련해 무죄 평결을 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미 군사법원 데니스 린드 판사(육군 중령)는 이날 메릴랜드주 포트미드 군사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매닝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맨 위에 놓인 이적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말했다. 하지만 간첩법 위반, 컴퓨터 사기, 국가기밀 절도, 군 규정 위반 등 17개 혐의를 재빠르게 읽어 내려간 뒤 “유죄”라고 발표했다. 매닝은 컴퓨터 사기 등 10개 혐의에 대해 스스로도 유죄를 인정한 상태다. 이들 혐의만으로도 20년 징역형이 가능하다. 17개 혐의에 최대 법정 형량을 적용할 경우 그는 136년을 감옥에서 살아야 할지 모른다.
이적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아 종신형을 피하긴 했지만 나머지 혐의만으로도 종신형에 가까운 감옥살이를 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평결이 언뜻 보면 매닝 일병의 ‘선의’에 무게를 둔 듯한 결정으로 비치지만 ‘반역’의 죗값을 충분히 묻겠다는 엄포로 해석되는 이유다. NYT는 “국가기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부가 정보 유출자에게 어떤 엄벌을 내릴 수 있는지, 내부고발자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등 전방위적인 논란이 불가피해졌다”면서 “이번 평결로 내부고발이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닝 일병의 변호인인 데이비드 쿰스 변호사도 평결 후 “우리는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이제는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적 혐의를 벗은 것은 기쁘지만 매닝의 감옥살이를 줄이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그는 “매닝 일병은 정보 유출이 미국 안보에 해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다시 강조했다.
린드 판사는 31일부터 17개 혐의의 형량을 결정하는 재판에 들어간다. 변호인 측은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릴 경우 항소할 방침이어서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종 판결은 미 국가안보국(NSA)의 기밀 감시프로그램 등을 폭로한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30) 사건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 국가기밀 유출자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추세가 다른 대통령 재임 때보다 두드러지는 양상”이라며 “매닝 일병의 경우 기밀 자료 유출이지만 스노든은 ‘일급기밀 자료’ 유출”이라고 사안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