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은 못참는다” 일전태세… 촛불에 기름붓나

입력 2013-07-31 18:06 수정 2013-07-31 22:04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1일 전면적인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원내협상도 병행해 ‘투 트랙’으로 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방점은 장외투쟁에 찍혀 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운동에 나서겠다’는 제목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실규명과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 확인된 마당에 더는 참을 수 없게 됐다”며 “민주당은 비상체제에 돌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당내 ‘정치공작 진상규명 및 국정원 개혁운동본부’를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로 확대 개편해 직접 본부장을 맡기로 했다. 또 1일 서울시청 광장에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현장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진실을 외면하고 애써 눈을 감고 있다. 또한 새누리당은 진실의 촛불을 가리고 국정조사를 회피하는 데 전념하고 있는 듯하다”며 청와대와 여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진실을 찾는 수천 수만의 국민이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는 믿음이 민주당에 있다”며 말을 맺었다. 김 대표는 발표문 초안에는 ‘수천 수만의 진실의 촛불’이라고 썼으나 실제 회견에서는 ‘국민’으로 바꿔 읽었다. 촛불집회에 전면 합류하는 것에 대한 적지 않은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시민단체가 진행 중인 촛불집회에 합류하거나 자체적으로 촛불집회를 여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이번 사태를 최대한 원내에서 국정조사와 여야 대표 회동 등으로 해결하려 해왔다. 결국 장외투쟁 돌입은 새누리당이 사실상 국정조사를 무력화하고 있고, 당내에서도 장외투쟁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 등 호재(好材)에서도 새누리당에 번번이 밀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서 민주당이 오전 국회에서 개최한 긴급 비상의원총회에서는 새누리당을 향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81명이 참석한 의총에서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이석현 의원은 “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투쟁하자. 판을 뒤집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영선 의원은 “대화록 관련 수사에서 ‘문재인 죽이기’가 이미 시작됐다”며 “모두 촛불에 참여해야 한다. 당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설훈 의원은 “지도부의 맹성이 필요하다.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고 했고, 우상호 의원은 “국정조사를 포기할 수 없지만 강력한 장외투쟁을 동반해야 한다. 오늘은 전략전술 전환의 시기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원에게 국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아울러 검찰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는 현재의 검찰에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를 기대할 수 없다”며 “특검만이 답”이라고 했다.

임성수 정건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