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대교 상판 붕괴’ 겉핥기 점검이 화근… 3년간 13차례나 설계 변경
입력 2013-07-31 18:03 수정 2013-07-31 22:21
방화대교 남단 접속도로 상판 붕괴 사고는 서울시가 사전에 사고현장을 점검하고도 막지 못한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공사 관련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직 공무원들의 형식적인 현장점검만 이뤄져 붕괴 가능성 등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발생한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이후 대형 공사장 긴급 점검을 벌였다. 방화대교 현장 역시 점검 대상에 포함됐고, 지난주 서울시와 시공사 관계자들은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대동하지 않았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31일 “지난주 합동 점검 당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징후는 전혀 없었다”며 “갑자기 무너진 것이고, 점검 당시에는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업 계획이 계속 변경되면서 공사현장 관리가 허술해진 게 붕괴사고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2005년 10월 착공된 이 공사는 당초 2010년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3년간 13차례나 설계가 변경되면서 완공 시점이 내년 6월로 미뤄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가 두 번 중단되고 차로가 확장되는 등 세부사항이 계속 변경되긴 했지만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며 “설계·감리·시공 중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 전 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사후 대비책인 보험도 가입돼 있지 않았다. 시공사 금광기업은 지난해 3월 공사를 연장하면서 건설공사보험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 시공사의 현장 보험 가입은 의무사항이다. 2005년 착공 당시에는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만료 기한은 지난해 3월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예산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됐고, 올 2월 재개하는 과정에서 보험은 연장되지 않았다. 보험료가 공사 중지 기간까지 포함돼 책정되면서 시공사가 보험 가입을 주저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보험 연장을 신청키로 결정했는데 미처 신청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31일 생존자 정명덕(54)씨, 목격자 장모(53)씨, 한백건설 공사과장 김모(33)씨 등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정밀감식을 시작했다. 사망한 최창희(52)·허동길(50)씨 유족은 서울시 주선으로 시공사 측과 만나 보상 및 장례일정을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족 대표인 최씨 아들 최국봉씨가 중국에서 입국하는 대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