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高大 성추행 피해 여학생 조사… 본격 수사 착수

입력 2013-07-31 18:03


고려대 남학생의 같은 학교 여학생 19명 성추행 사건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31일 피해 여학생 1명을 조사했다.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으로 학내 성범죄 사태를 경험한 학교 측은 경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가해 학생을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마동훈 고려대 대외협력처장은 “학교 명예보다 사건의 본질, 피해자의 2차 피해 차단에 중점을 둬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경찰서 측은 “오늘(31일)부터 피해 여학생들에 대한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피해자들이 경찰에서 조사받는 것을 꺼리고 있어 서울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에서 조사를 받았고, 조만간 그 결과를 넘겨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미 가해자인 11학번 A씨(25)의 서울 안암동 자취방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5개를 확보, 이를 서울지방경찰청에 보내 파일 복구와 유출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19명 중 우선 상대적으로 ‘높은 수위’의 성추행을 당한 3명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한 학생이 지난달 8일 고려대 양성평등센터에 CD 3장을 들고 찾아오면서 드러났다. 가해자 A씨의 지인인 이 학생이 A씨 자취방에서 발견한 CD 3장에는 같은 학교 여학생 19명을 촬영한 ‘성추행 몰카(몰래카메라)’ 동영상이 담겨 있었다. 그는 동영상이 공개될 경우의 파장 등을 고민하다가 센터에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자체 조사를 벌인 학교 측은 여학생 19명이 성추행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범행은 2011년 5월부터 올 3월까지 2년 정도에 걸쳐 교내 동아리방 등에서 이뤄졌다. 2011년 5월은 ‘고려대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고려대가 발칵 뒤집혔던 달이다. 마 처장은 “피해 여학생 중 3명의 동영상은 다른 것보다 피해 수위가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A씨와 같은 과이거나 친분이 있는 여학생이었다. A씨는 여학생과 단둘이 있는 자리를 마련한 뒤 휴대전화 카메라로 추행 장면, 치마 속, 가슴 부위 등을 촬영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보관해 왔다. 마 처장은 “피해자들이 A씨가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하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성추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외부로 유출되는 등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25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9월 문제 학생을 엄중하게 처벌하기 위해 학생 징벌 조항을 시행세칙에서 ‘규정’으로 격을 높였다. 학교 관계자는 “이미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경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상당히 높은 수준의 처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학교 구성원들은 ‘의대생 성추행 파문’에 이어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이런 사건이 또 발생해 당황스럽다. 일단 피해 학생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용상 박세환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