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들썩… 하반기 밥상물가 어쩌나
입력 2013-07-31 17:57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하반기 농산물 가격 폭등이 예고되면서 전체적인 물가상승 압박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31일 발표한 ‘물가보고서’에서 “기상여건 악화로 인해 하반기 농산물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농산물 가격의 빠른 오름세에 환율이 교란요인으로 작용하면 하반기에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올해는 장마가 길고 강수량이 많아 계절 채소의 경우 가격 폭등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7∼9월에는 장마나 태풍으로 농산물가격이 통상적으로 빠르게 상승한다”면서 “특히 배추나 당근 등 일부 계절 채소는 공급 축소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실제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한 달 전보다 배추값이 11.7%, 수박 1통 값이 32% 오르는 등 과일, 채소류 39개 가운데 20개의 가격이 오르면서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국제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불황으로 인한 물가 억제 압력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가격 급등세가 하반기 물가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밥상’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이미 1%대의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체감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은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2011년 말 4%대에서 이달 3% 내외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물가상승률을 말한다. 결국 낮은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은 것은 소비자의 체감 물가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대인플레이션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하반기에는 일치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1.8% 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여기에 하반기 예고된 공공요금 인상, 원유(原乳)가격을 매년 생산비에 연동해 조정하는 ‘원유가격 연동제’ 등이 더해지며 하반기 물가가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기보다 1.3% 상승했지만 하반기에는 2.1%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