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버리고 거리로 나가겠다는 민주당
입력 2013-07-31 17:45 수정 2013-07-31 23:09
민주당이 결국 길거리로 나가기로 했다. 1일 서울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이곳에서 의원총회를 갖기로 한 것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오는 7일과 8일로 예정돼 있는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동행명령과 고발을 약속하라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가투(街鬪)를 결정한 것이다. 김한길 대표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실규명과 국정원 개혁 의지가 없다는 점이 확인돼 비상체제에 돌입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원내외 투쟁과 협상을 병행하겠다고 언급했지만, 무게는 장외에서의 촛불투쟁에 있다.
하지만 국정조사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많아진 데에는 민주당 책임이 작지 않다. 새누리당이 제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에 쓸데없이 당력을 쏟아부어 판을 키운 것부터 잘못이다. NLL 파문이 확대되는 바람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물론 국조특위 활동시한 45일 가운데 30일이 흘러가버렸다.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물타기 하기 위해 NLL을 들고 나왔다고 판단했다면 발을 빨리 빼야 했다. 그러지 않고 친노 인사를 중심으로 사생결단식 공방에 적극 가담하면서 시간만 허비해 국정조사가 제대로 효과를 거둘지 의심받는 지경이 된 것 아닌가.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분명치 않다. 민주당은 촛불이 활활 타올라 여권에 타격을 입히고 정국 주도권을 다시 거머쥐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욕일 듯하다. 무엇보다 NLL 정국의 여파가 여전하다. 당장 민주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처지다. 검찰 수사에 응할 수 없다면서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론은 냉랭하다. 이에 따라 ‘대화록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은 사람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민주당은 또 국정원 국정조사를 아예 포기하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정상화를 위해 ‘국민의 힘’을 얻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촛불로 새누리당을 압박해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것인데, 활동시한이 보름밖에 남지 않은 국정조사를 언제 정상화시켜 의혹을 밝혀내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에 보다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라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대선불복의 장(場)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더라도 지금의 대응방식은 치졸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