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아이돌의 변신

입력 2013-07-31 18:23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의 가수 겸 영화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꿨다. 그러나 그녀의 엄마는 “너는 예쁘지 않아서 안돼”라며 말렸다. 그도 그럴 것이 유대계 미국인인 그녀는 큼직한 매부리코에 두툼한 입술을 갖고 있어 예쁜 얼굴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연극 고등학교에 들어가 연기와 노래를 공부했고, 10대 때부터 나이트클럽 가수를 했다.

그녀를 세상에 알린 건 64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뮤지컬 ‘퍼니 걸(Funny Girl)’이었다. 이후 레코드 앨범이 히트를 쳤고, 영화로 만들어진 ‘퍼니 걸’은 그녀를 스타로 굳혔다. 70년대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스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앨범이 가장 많이 팔렸다. 뮤지컬 ‘캣츠’의 삽입곡 ‘메모리’나 영화 ‘스타탄생’의 삽입곡 ‘에버그린’, 로버트 레드포드와 출연한 영화 ‘더 웨이 위 워(The Way We Were)’의 주제곡 등은 수십 년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98년 아이돌 걸그룹 ‘핑클’이 깜찍한 춤을 선보이며 데뷔했다. 옥주현은 예쁘고 가녀린 다른 멤버들과 달리 통통한 외모 때문에 유독 안티팬들에게 시달렸다. 이효리와 성유리가 그룹 해체 후 예능과 드라마를 누비는 동안 옥주현은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그녀에겐 비호감 연예인이란 딱지가 따라다녔고 2011년 방송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출연을 놓고도 반대 여론이 빗발쳤을 정도다.

그녀를 다시 태어나게 한 건 뮤지컬이다. 2005년 ‘아이다’로 데뷔한 뒤 지독한 연습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뮤지컬계에서 인정받고 안티팬들까지 돌려세웠다. 지난해에는 19세기 유럽 합스부르크 왕가 비련의 황후인 ‘엘리자벳’을 공연하면서 ‘옥주현의 재발견’이란 찬사를 듣고 한국뮤지컬대상의 여우주연상까지 꿰찼다. 얼마 전 ‘엘리자벳’ 공연이 다시 시작되면서 옥주현과 JYJ의 김준수가 함께 캐스팅된 공연 티켓은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핑클보다 1년 앞서 데뷔한 걸그룹 ‘SES’ 출신 바다(본명 최성희)도 요즘 ‘스칼렛 핌퍼넬’에서 프랑스 혁명기의 여배우 마그리트 역을 맡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바다는 ‘노트르담 드 파리’ ‘금발이 너무해’ ‘모차르트’ 등에서 열연하며 각종 뮤지컬 상을 휩쓸었다. 요즘은 가창력은 뒷전인 채 민망할 정도의 ‘하의 실종’ 아이돌 걸그룹이 대세다. 그래서인지 더위를 싹 날려버릴 정도로 폭풍 가창력을 뿜어내는 원조 아이돌 출신들의 뮤지컬 디바로의 변신이 반갑다.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