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기수] 전공의 교육병원의 자격은?
입력 2013-07-31 18:24
대학 협력병원에 전공의 교육권을 주는 게 옳을까, 아니면 주지 말아야 할까. 최근 의료계에선 내년 3월 개원하는 인천국제성모병원에 전공의 교육권을 줘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국제성모병원은 인천 심곡동의 대지 4만4125㎡(1만3348평)에 지하 6층, 지상 11층 1000병상 규모로 신축 중인 가톨릭의대 인천성모병원의 분원이다. 병원 인근엔 지하 5층, 지상 12층 규모의 실버타운(마리스텔라) 264가구도 들어선다. 현재 공정률은 약 65%다. 청사진대로라면 수도권의 어떤 대학 부속병원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의료서비스 제공 및 임상의학교육 환경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성모병원은 지난 6월 대한병원협회 병원신임센터에서 진행된 전국 수련병원 신임위원회와 실행위원회에 새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불허(不許) 판정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교육 및 수련병원 지정에 관한 신임평가 업무를 병원협회에 위임, 해마다 6월 중 대상 병원을 지정하고 7∼8월 두 달간 실태조사를 거쳐 12월에 수련병원 자격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각 병원은 이를 바탕으로 연초에 각 진료과목 전공의들을 채용하게 된다. 올해의 경우 총 235개 병원이 수련병원 지정 대상으로 선정돼 실태조사를 받고 있다.
인천성모병원은 지정 신청서에서 인천시의 청라국제신도시 개발 계획에 따라 40만명에 육박하는 지역 의료 수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과 의료 취약지구인 서해 도서지방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2014년 9월 개막하는 아시안게임이 국제 수준의 병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감안해 2011년부터 인천국제성모병원 건립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 병원에 대해 수련병원 지정을 거절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아직 오픈하지 않아 신임평가 기준으로 삼을 전년도 진료 실적이 한 건도 없다는 것과 대학 부속병원이 아니라서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인천성모병원 측은 이에 대해 같은 조건인데도 허가해준 선례가 있지 않느냐며 반박한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H대 D병원과 I대 H병원의 경우 전년도 진료 실적이 없는데도 개원과 동시에 전공의 교육이 가능한 수련병원 지위를 부여한 바 있다.
그렇다고 대학 부속병원이 아닐 경우 국공립병원과 전문병원 외엔 전공의 교육을 맡겨선 안 된다는 원칙(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6∼7조)이 제대로 지켜진 것도 아니다. 부속병원 외의 위탁교육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는 가운데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 등 비(非)학교법인 소속 대학 협력병원을 임상의학실습에 활용하는 대학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의료원을 비롯한 소위 ‘빅5’ 병원 중에도 대학 부속병원이 아닌데도 전공의 교육을 하는 곳이 있다.
이는 정부가 불허 사유로 들먹이는 전공의 교육 관련 규정은 벌써 원칙도 아닌 원칙이 돼 버렸다는 뜻이다. 그걸 이제 와 원칙은 원칙이므로 안 된다고 하면 누가 쉽게 수긍할 수 있겠는가. 인천성모병원 측의 볼멘소리가 단순히 생떼식의 읍소만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문의보다 인건비 부담이 훨씬 적은 전공의를 많이 뽑아 마구 부려먹기 위해 수련병원 지정을 바라는 게 아니다. 지원자가 적어 단 2∼3명을 뽑는 수준에 그치더라도 개원과 동시에 임상의학 실습교육에 나서서 인성과 기술을 두루 갖춘 전문의를 양성하는 데 적극 기여하고 싶을 뿐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인천국제성모병원 건설본부 관계자의 호소다.
차제에 대학 부속병원 제도를 없애고 협력병원 위탁교육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하는 등 전공의 교육 관련 법규를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면 어떨까. 이상과 현실 사이, 풀리지 않는 매듭 때문에 답답해할 사람이 분명 나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자꾸 든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