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31)] Y-틴이여, 학교밖 ‘민낯 세상’을 만나보자

입력 2013-07-31 17:13 수정 2013-07-31 20:43


우리는 틴(teen)이다

방학이다!

방학은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다. 학교 수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남다른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소중한 시간일 것이다. 그러나 일정 기간 쉬어가는 방학을 이용해 충분한 휴식의 시간을 갖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맘 편히 봐주는 부모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자유로운 휴식시간이 돼야 할 방학이 부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피곤한 시간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방학은 또한 학교에 매어 있는 동안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내가 살아 갈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잠시 쉬며 관찰하는 시간이다. 관찰을 통해 이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혹은 내게 맡겨진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미리 짜여진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일상의 모든 일이 그들에게는 훌륭한 준비의 시간이 된다. 문제는 관찰의 대상과 방법이다.

비전을 세우기 위한 시간으로

먼저, 세상을 보여주고 무엇이 보이는지 물어봐야 할 것이다. 3명의 친구가 바다를 보고 싶어 여행을 떠났다. 바닷가에 앉은 그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누군가는 저 멀리 수평선에, 하늘을 나는 갈매기, 발밑에 부서지는 파도 혹은 사람들…. 결코 같은 곳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가치관으로 미리 재단돼 파편화된 세상을 보여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 무엇이 눈에 들어오는지 물어봐야 할 것이다. 관심의 영역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세상을 관찰한 결과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목격한 일에 관한 ‘자기만의 생각’이다. 사물과 현상에 대한 호, 불호부터 가능과 불가능에 이르기까지 생각에 이은 평가와 판단이 뒤를 잇게 되고, 판단에 따른 행동이 따라오게 될 것이다. 세상과 만나 비로소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고, 궁금한 게 생기고 답을 찾고자 나서게 되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즉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삶과 앎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이 세상에 공부를 못하고,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없다. 단지 아직 그 세상을 만나지 못한 아이들이 있을 뿐이다.

영어캠프, 수학캠프, 글로벌리더캠프, 아빠와 떠나는 역사기행에 이르기까지 수업의 연장선상에서 방학 동안 마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부모의 욕구를 채워줄 뿐, 아이들에게 강요된 시선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판단이고 선택이어야 한다.

90년의 역사 동안 다음 세대를 위해 YWCA가 한 일이 있다면 지속가능한 와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청소년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 거칠고 험한 세상 속으로 뛰어들지 말지를 결정하는 일은 하나님과의 소통을 통한 그들의 선택이었다.

2013 여름방학, 와이 틴은 지금 세상을 만나고 있다. 각자의 눈에 들어오는 재미있고 신나는 세상을 찾아 여행을 떠나 있다. DMZ에도 있고, 독도에도 있다. 인도에도 있고 몽골에도 있다. 분단을 고민하고, 평화와 나눔, 공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불편함과 배고픔을 경험하고 있고 무기력함과 한계도 느끼고 있다. 그들이 여행에서 돌아올 때는 두 손 가득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각자가 바라는 세상으로, 그러나 하나님께서 원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그들만의 디자인으로.

우리는 종종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 아직 세상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할 것인지 속절없이 물어댄다. 세상을 만나기 전까지 그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어리석음 대신 현명한 기다림으로 답하자.

김은경(세종리더십개발원장, 한국YWCA연합회 실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