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파격 대우
입력 2013-07-31 17:13
요한복음 4장 5∼15절
신입사원을 사장이 알아봐 주는 것이나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닌데 교사나 교수가 학생을 알아봐 주는 것, 전직 고관이나 부자, 유명인이라 해서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이 파격 대우다. 그렇기 때문에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다.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면 감사함이 넘치고, 기대에 부응하고 싶고, 정말 그런 대우가 정당해지도록 노력하게 된다.
성경에 나오는 이 여인은 6절에 보면 제6시에 물을 길러 우물가로 왔다. 이스라엘 시각으로 6시면 낮 12시로 사막지대에선 가장 더운 때다. 이 여인은 아무도 우물가에 나오지 않는 시간을 선택한 것이다. 사람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고 싫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립돼 있었다.
이것은 바로 우리 시대 삶의 풍경이 아닌가. 한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이웃집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지낸다. 우리 역시 스스로 문을 닫아걸고 이웃을 외면해 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고립돼 버렸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춥고 떨리는 외로움을 당연한 존재의 모습으로 수용하게 된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 누구도 상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정도 이상의 상처를 끌어안고 치유하지 못한 채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9절에 나오는 여인의 말에는 유대인들에게 멸시당해 온 사마리아인의 역사적 상처가 묻어나고 있다. 유대인들은 그들이 혼혈인이 됐다는 사실 하나로 사마리아 땅 사람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유대인들은 “사마리아 놈들의 빵을 먹는 자는 돼지의 살코기를 먹는 것과 꼭 같다”고 말하고 있었다. 유대인들은 돼지를 부정한 동물로 생각하여 절대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만큼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을 부정하고 불결한 존재로 생각했다. 이렇게 멸시당해 온 사마리아인으로서의 내면적 상처가 불쑥 튀어 나온 것이다. 할 수 있으면 예수조차도 피하고 싶었다. 나를 제발 괴롭히지만 말고 그냥 내버려 달라는 것이다.
오늘의 본문에 나타난 예수님과 물 길러온 이 여인의 대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화의 역전은 다음 대목이다. “물 좀 달라”던 예수님이 갑자기 여인에게 “네가 내가 누구인줄 알았다면 내게 오히려 물을 달라고 했을 것이고 그러면 나는 네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생수를 주었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이다. 예수님은 이 여인이 목마른 인생인 것을 알고 계셨다. 얼마나 목이 말랐으면 남편을 다섯 번이나 바꾸었을까. 목마른 인생의 특성은 바로 한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도, 직업도, 종교도 바꾸고 심지어 교회도 바꾼다. 그래도 만족이 없다. 그래서 방황한다. 이런 목마른 인생을 외면하지 말고 이제부터 예수님처럼 관심과 사랑으로 파격대우를 해야 한다.
세상은 자격을 갖춰야 파격대우를 해준다. 가장 파격적인 대우를 받는 사람을 흔히 VVIP라고 부른다. 세상이 혼란하고 힘든 이유는 진정 예수님의 파격대우를 받은 사람을 오늘날 교회와 성도가 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사마리아 여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예수님처럼 관심과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교회와 성도가 되자.
정영근 목사 서울 성문교회 예장백석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