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상장폐지된 줄기세포업체 알앤엘바이오로부터 부실 회계를 눈감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5억원을 받아 챙겼던 현직 금융감독원 간부에게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남부지법은 30일 금감원 윤모 연구위원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원근 영장전담판사는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고, 사안이 중대하며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밝혔다. 윤 연구위원은 금감원 회계서비스2국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1월 알앤엘바이오 측으로부터 부실 회계 문제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11년 알앤엘바이오는 회계 자료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이유로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감리를 담당한 금감원은 중과실이라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분식회계 혐의까지는 인정되지 않아 상장폐지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허위 회계로 조사를 받다가 상장폐지를 모면하는 과정에 당시 관련 부서 국장이던 윤 연구위원에게 거액이 건네진 것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윤 연구위원의 뇌물수수 사실과 직무 연관성을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연구위원은 2011년 5월 한 증권사 감사로 내정됐다가 금감원 간부들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문제되자 사퇴하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윤 연구위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알앤엘바이오는 한때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로 각광을 받았으나 줄기세포의 배양 수량, 배양 시기 등을 조작한 혐의로 증권선물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지난 4월 재무구조 악화를 이유로 주식시장에서 퇴출됐고, 황우석 박사와 함께 ‘줄기세포의 신화’로 불리던 창업주 라정찬(50) 전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 5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구속됐다. 지난 22일에는 대표이사가 새로 취임하고 사명도 ‘케이스템셀’로 바꿨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단독] 줄기세포업체 부실회계 무마 대가… 뇌물 5억 받은 금감원 간부에 구속영장
입력 2013-07-31 00:32 수정 2013-07-31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