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大 의대생 사태’ 와중에도 버젓이 몹쓸 짓 ‘경악’
입력 2013-07-31 04:43
2011년 5월 고려대 의대생들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하자 여론은 분노로 들끓었다. 비슷한 시기 같은 학교에서 다른 남학생도 같은 과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폭행·성추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학교 측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A씨의 성범죄는 신입생이던 2011년부터 2년 동안 이어졌다. 같은 학교 여학생 3명을 성폭행했고, 16명에게 ‘몰카(몰래카메라)’를 들이댔다. ‘의대생 성추행 사건’으로 학교가 난리통에 빠졌을 때도 그의 범죄 행각은 계속됐다. A씨를 잘 아는 한 고려대생은 “A씨는 입학이 늦어 동기들보다 나이가 서너 살 많았기 때문에 여자 동기들 사이에서 ‘편하고 좋은 오빠’였다”고 말했다.
A씨는 술자리를 이용해 여학생들에게 ‘몹쓸 짓’을 했고 이 장면을 매번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덜미에 잡힌 것도 동영상 때문이다. A씨 사건을 접수한 고려대 양성평등센터는 피해 여학생들을 불러 조사했다. 학교 관계자는 30일 “사안이 불거질 경우 피해 여성들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것이 우려됐지만 그렇다고 묵과하기엔 사안이 너무 심각해 학교 명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학교를 휴학하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경찰은 A씨를 불러 1차 조사를 마쳤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우발적 범죄”라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마치는 대로 A씨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학 캠퍼스의 성범죄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과 5월 서울의 한 유명 미술대학에서 성폭행과 성추행 사건이 잇달아 벌어졌다. 지난 5월 22일에는 규율이 엄격한 육군사관학교에서까지 남생도가 술에 취한 후배 여생도를 성폭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대학 280곳의 사례를 조사해 발표한 ‘2012 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각 대학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2009년 학교당 평균 0.6건에서 2010년 0.8건, 2011년 1.2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학 내 성범죄는 피해사실 입증이 쉽지 않고 소문이 날까봐 쉽게 신고하지 않는다는 경향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실제 성범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도 피해자가 19명이나 됐지만 조사 과정에서야 피해 사실이 일부 학생들에게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내 성폭력이 빈발하는 상황에서 이를 대하는 대학가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지 활동가는 “요즘은 각 대학이 성폭력상담센터나 양성평등센터 등을 두고 피해자들의 신고를 돕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는 성범죄는 훨씬 많다”며 “대학생들의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