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대교 상판 붕괴… 또 무너진 ‘코리안 드림’ 이번에도 중국동포들 희생
입력 2013-07-30 18:32 수정 2013-07-31 00:30
노량진 수몰사고에 이어 방화대교 상판 붕괴사고도 희생자는 대부분 중국동포였다. 안전사고가 터질 때마다 산업현장 ‘3D 일자리’를 채우고 있는 중국동포와 외국인 근로자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사고는 방화대교 남단 접속도로의 콘크리트 타설 중 상판이 무너지며 발생했다.
◇사고 상황 및 원인=30일 오후 1시8분쯤 서울 방화동 방화대교 남단의 올림픽대로와 방화동 쪽 치현터널을 잇는 접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접속도로에 콘크리트를 입히는 작업 중 갑자기 철제 상판 구조물이 기울기 시작하더니 무너져 내렸다. 상판 위에서 작업하던 근로자들과 콘크리트 타설용 중장비가 추락했다. 무너진 상판은 길이 47m, 높이 10.9m에 무게가 190t에 달한다. 최창희(52)씨 등 2명이 상판에 깔려 숨졌고, 중장비를 몰던 김경태(59)씨는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조성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상판 밑에) 차량 하중을 견디기 위해 설치하는 지지대인 스틸박스(steel box), 즉 들보에 힘이 한쪽으로 너무 쏠려 구조물 자체가 무너진 것 같다”며 “힘이 쏠린 원인은 좀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토목 전문가는 “감리단이 하중을 잘못 계산했거나 스틸박스가 완전히 고정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30일) 저녁부터 시공사, 감리업체, 하도급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구조물에 하자가 있었는지를 비롯해 안전관리 문제를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는 2005년 10월 시작돼 내년 6월 완공 예정이었다. 강서구 일대 교통난 해소를 위한 공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아르바이트 대학생들과 토크 콘서트를 하다 사고 소식을 듣고 오후 3시15분쯤 급히 현장에 도착했다. 박 시장은 “연이은 사고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일단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고마다 희생되는 중국동포=무너진 상판에 깔려 숨진 최씨와 허동길(50)씨, 부상을 입은 김씨는 모두 중국동포로 확인됐다. 노량진 수몰사고에서도 숨진 7명 중 3명이 중국동포였다. 당시 중국 지린성 출신 박명춘(52)씨는 5년 만에 중국 가족들에게 돌아갈 날을 불과 석 달 앞두고 변을 당했다.
통계청의 2010년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동포의 41.4%는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10명 중 4명이 공사현장 일용직 등으로 일하는 셈이다.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한국에 온 중국동포들은 휴일·철야근무 등 근로 환경이 열악한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수도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이어서 국내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이들이 채워준다. 이 때문에 안전사고의 ‘단골’ 희생자가 되고 있다.
서울시는 상수도사업본부가 발주한 노량진 배수지 공사에 이어 다시 산하 사업소 발주공사에서 사고가 일어나자 침통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 이번 공사도 노량진 공사처럼 책임감리제로 시행 중이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