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언 美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 방한 “김정은 통치자금에 관심”
입력 2013-07-30 18:25 수정 2013-07-30 22:34
미국 정부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통치자금 흐름을 추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을 방문 중인 데이비드 코언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30일 “김씨 일가의 자금이 어디에 있는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 대북 금융제재를 총괄하고 있어 ‘대북 저승사자’로 불리는 코언 차관은 주한 미대사관에서 가진 국내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김 제1위원장의 통치자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디에 있는지 관심이 있지만 행동을 취할지, 취하지 않을지 여부와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일단 찾아낼 때까지는 기다려 보는 것이 좋겠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동안 북한이 스위스나 동남아시아, 조세피난처 등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밀자금을 감춰놓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 4월 워싱턴타임스는 김 제1위원장 일가가 스위스,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에 최소 10억 달러의 비밀계좌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지난달 뉴스타파가 공개한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명단에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북한 사람이 설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퍼컴퍼니 4곳이 발견되기도 했다.
미국은 김 제1위원장의 통치자금을 추적한 뒤 이를 봉쇄하기 위해 제2의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는 2005년 9월 마카오에 있던 BDA 은행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자산 2500만 달러를 동결시켜 ‘피가 마르는 고통’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언 차관은 “수년간 우리의 (대북 금융제재) 압박 노력이 꽤 성공을 거뒀다”면서 “북한의 국제금융기관에 대한 접근능력이 상당히 손상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페이퍼컴퍼니, 대리인, 현금다발 등을 이용하고 있고, 이렇게 됨으로써 대량살상무기나 탄도미사일무기 거래능력이 상당히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북제재가 효과가 있다는) 한 가지 명백한 증거는 북한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국제금융기관에 접근하려는 것이 중요한 방법이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언 차관은 또 최근 파나마 당국이 무기를 적재한 북한 선박을 적발한 것을 거론하며 “안보리 제재가 잘 실행되고 있다는 표시”라며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좋지 않아 관심 있는 국가가 몇 안 되며, 게다가 북한에 대한 대금지급도 매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앞서 코언 차관은 김규현 외교부 1차관,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대북·대이란 제재 문제를 논의했다. 양국은 긴밀한 대북제재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으며 중국과의 협력도 더 강화키로 했다고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이 전했다. 코언 차관은 “우리는 북한의 불법활동을 주시하고 있으며 북한 핵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단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대이란 제재로 인한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