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대중문화 갑의 횡포 막자” 표준계약서 제정… 저작재산권 권리 보장
입력 2013-07-30 18:24 수정 2013-07-30 22:17
대중문화예술계에 만연한 ‘갑의 횡포’를 막기 위해 방송 프로그램 제작 및 방송 출연에 대한 표준계약서가 30일 제정됐다. 최근 김종학 PD의 죽음을 계기로 출연료 미지급 문제와 방송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 사회적 논란이 됐던 터라 이번 조치가 나쁜 관행을 끊어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획기적인 내용=방송사와 제작사 간에 체결하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작재산권에 대한 제작사의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방송사와 제작사가 기여도에 따라 저작권을 상호 인정하고, 권리별 이용 기간과 수익 배분을 명시하게 된다.
최근 SBS 드라마 ‘신의’, MBC 드라마 ‘아들 녀석들’ 등을 계기로 불거진 출연료 미지급에 대한 보완 장치도 마련했다. 제작사가 방송사에 지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토록 했다. 제작사가 출연료를 미지급할 경우 방송사가 제작비를 지급하지 않고 직접 연기자에게 출연료를 줄 수 있도록 했다.
가수와 배우들이 방송사 또는 제작사와 맺는 ‘대중문화예술인 표준계약서’에는 방송 다음달 15일 이내에 출연료를 지급토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 ‘쪽대본’으로 벼락치기 촬영을 할 수밖에 없는 빠듯한 제작환경 개선 내용을 담았다. 촬영일 이틀 전까지 대본 제공, 일일 최대 촬영시간 18시간 이내로 제한, 장기 촬영 시 탈의실·화장실·대기실 같은 휴식시설 설치 등이다. 다만 쪽대본 관련 문제는 현재 마련 중인 ‘작가 집필 표준계약서’에 구체적 내용을 담아 적용하기로 했다.
◇실효성은 ‘글쎄’=표준계약서 제정은 대중문화예술계의 오래된 현안이었다. 2010년 4월 ‘외주제도개선협의회’에서 논의되기 시작, 이듬해 구체적인 안이 마련됐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드라마제작사협회, 방송협회, 방송연기자노조 등 관계단체와 수차례 논의한 끝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오래 공들인 만큼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방송가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전기를 마련했다”며 환영했다. 일단 가이드라인은 제시된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실효성이다. 표준안을 업계에서 채택하도록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문체부 박영국 미디어정책국장은 “수용 여부는 당사자의 문제이나 분쟁 시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원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어 사실상 강제성을 가진다”며 “향후 (업계의 채택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문체부는 공영방송이 표준계약서 채택에 앞장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가에서는 “제작 현실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표준계약서 채택이 쉽지 않다”는 기류가 많다. 유진룡 장관과 유관단체 간담회에서도 각 방송사 관계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슈퍼 갑’으로 불리는 방송사들이 향후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