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사는 내부 검열 심해서… 中 언론인, 웨이보에 고발기사

입력 2013-07-31 04:34

중국 현직 언론인들이 자신이 속한 매체가 아닌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부패한 관리를 고발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웨이보에 비리를 폭로할 때 자신이 일하고 있는 매체를 거칠 경우보다 더 자유롭다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동시에 그 영향력도 훨씬 크고 효과도 빨리 나타난다는 것이다. 내부 검열이 심한 중국 언론의 한 단면이다.

신쾌보(新快報) 조사담당기자 류후(劉虎)는 29일 국가공상총국 부국장 마정치(馬正其)가 충칭(重慶)시 상무위원으로 있었을 때 비리를 저질렀다는 내용을 당시 공문 등과 함께 웨이보에 공개했다. 그는 마정치가 당시 국유기업 제도개선 업무처리 시 독직 행위를 함으로써 수천만 위안(수십억원)의 국유자산을 낭비했다며 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촉구했다.

신화통신 산하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 수석기자 왕원즈(王文志)도 이날 화룬(華潤)집단 이사장 쑹린(宋林)의 또 다른 비리를 웨이보에 폭로했다. 그는 지난 17일 쑹린의 국가자산 낭비 혐의를 웨이보와 기율검사위에 실명으로 고발한 바 있다. 화룬집단은 국유기업으로 이사장은 정부의 부부장(차관)급이다.

쑹린의 새로운 비리는 국가자산 낭비 혐의와 관련한 심계서(감사원에 해당)의 보고서를 과거 심계서에서 일한 적이 있는 부하 간부로 하여금 규정을 어기고 입수한 뒤 문제가 되는 부분을 삭제토록 했다는 것이다.

왕원즈는 당초 화룬집단 산하 화룬전력이 2010년 100억 위안(약 1조8162억원)을 들여 산시(山西) 진예(金業)집단의 자산을 매입하면서 대금 납부 규정 위반 등으로 수십억 위안의 국가자산을 낭비했다고 고발했다. 이 거래는 쑹린의 직접 지시로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 참여한 고위 인사들은 독직과 거액의 부패를 저지른 혐의가 있다고 왕원즈는 지적했다. 왕원즈는 “이러한 내용을 우리 신문에 썼을 때 협박 전화가 걸려왔으나 웨이보에 터뜨린 뒤에는 오히려 잠잠해졌다”고 토로했다.

신화통신 기자 저우팡은 최근 선전담당 한 장관급 관리가 돈 많은 기업인이 연 섹스 파티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웨이보를 통한 현직 언론인의 부패 관리 고발은 금융잡지 재경(財經)의 부편집장 뤄창핑(羅昌平)이 지난해 12월 류톄난(劉鐵男)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의 비리를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베이징 외국어대 잔장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기자들이 소셜 미디어에 자신이 취재한 것을 밝힐 때 훨씬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