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위대한 도전… 그녀의 샷 하나 하나에 세계는 숨이 멎는다

입력 2013-07-30 18:04

마침내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여자프로골프 세계 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새로운 골프 역사에 도전한다.

앞서 열린 올해 메이저대회 3개를 모두 휩쓴 박인비가 이 대회마저 석권한다면 남녀 프로골프 역사를 통틀어 사상 첫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또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역대 최연소로 달성하는 기록도 새로 쓰게 된다. 올해 대회는 ‘골프 발상지’라 불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올드코스(파72·6672야드)에서 내달 1일부터 나흘간 열려 의미가 각별하다.

63년 역사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6번 나왔지만 캘린더 그랜드 슬램은 한 차례도 없었다. 남자골프에서는 1930년 보비 존스(미국)가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메이저대회의 개념도 확실치 않았던 시대였다.

박인비는 지난 해 이 대회 단독 2위를 한 것을 비롯, 최근 3년간 9위(2010년) 7위(2011년)로 매년 톱 10에 들며 이 대회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2007년 올해와 같은 코스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공동 11위였다. 이 대회가 메이저대회로 승격한 지난 12년간 한국선수 4차례를 포함, 아시아권 선수들이 6차례 우승을 나눠가지면서 우승에 익숙해진 것도 박인비에겐 유리하게 작용한다.

박인비의 우승 전망을 밝게 보는 또 한가지는 현지의 비바람이 부는 변덕스런 날씨와 박인비의 저탄도 샷이 잘 매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드코스는 바닷가 링크스 코스답게 풍향이 불규칙적이고 비도 자주 내린다. 이에 맞서는 박인비의 저탄도 샷은 앞바람이 불어도 드라이버 거리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샷을 날릴 수 있는 박인비의 강점은 올드코스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인비를 가장 힘들게 하는 적은 ‘중압감’이다. 전 세계 언론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다. 박인비는 지난 28일 출국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중압감에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라며 “지난달 US여자오픈 당시 골프 코스에서 중압감을 잘 풀어내 우승했고 덕분에 브리티시오픈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은퇴전 ‘골프여제’로 불린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남녀 골프 선수가 한 번도 이룬 적이 없는 만큼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골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록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골프의 성지로 불리는 골프장에서 그 업적을 이루게 된다면 더욱 특별할 것”이라고 박인비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박인비는 30일 LPGA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니다”며 “네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정말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