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부정부패 막는 ‘김영란법’ 국무회의 통과… 진통 예상

입력 2013-07-30 17:47 수정 2013-07-30 21:58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는 이른바 ‘김영란법’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부 입법안은 원안의 핵심에서 크게 벗어난 데다 과잉입법 논란도 제기돼 국회 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의결했다.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이 법안은 이후 관계부처 간 의견수렴 과정에서 1년 동안 여러 차례 그 내용이 수정돼 ‘누더기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초 원안은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하거나 요구, 약속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수수한 금품의 5배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법무부 등은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어야만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형법 이론을 내세워 반발했다. 결국 법안은 수차례 수정·변질돼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형사 처벌하는 방향으로 확정됐다.

◇어떤 내용 담겼나=정부 입법안은 우선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 대가성과 상관없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은 하지 않고 수수한 금품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자신의 가족이 금품 받은 사실을 알면서 신고·반환하지 않은 공직자도 처벌 대상이다.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공직자에게 부정하게 청탁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도 마련됐다. 공직자에게 금품을 주지 않고 부정청탁만 해도 최고 3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공직자가 가족이나 친족 등 사적 이해관계가 얽힌 직무를 수행하는 것도 제한된다. 직무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외부 단체에서 활동하는 것도 금지된다. 차관급 이상 공무원이나 광역·기초 자치단체장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해서는 임용 전 이해관계가 있었던 고객과 관련된 인허가 업무, 재정보조, 감사 등 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했다. 법 적용 대상은 국회와 법원 등 헌법기관을 비롯해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직 유관단체 등 모든 공공기관과 소속 공직자다.

◇남은 과정은=법안은 국회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돼야 비로소 시행된다. 권익위는 다음달 초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치열한 논의가 예상된다. 현재 민주당은 원안 내용을 그대로 살린 의원 입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부정 청탁을 금지하는 조항이 국가공무원법이나 공직자윤리법, 형법 등 기존 법과 중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안이 더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의원 또한 법안 적용 대상인 만큼 일부 의원들이 세부 내용을 소폭 수정해 법망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