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알박기 금지법’ 이면엔… 주택조합-의원실 ‘검은’ 커넥션

입력 2013-07-30 17:47

일명 ‘알박기 금지법’인 주택법 개정안이 2008년 의원 입법으로 통과된 배경에 지역주택조합과 국회의원실 간 검은 돈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박찬호)는 노량진 재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입법 로비’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취득)로 민주당 A의원의 전 비서관 이모(43)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는 A의원실 비서관으로 근무하던 2009년 7∼8월 서울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장 최모(51·구속)씨 등 2명에게서 세 차례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이씨는 2008년 7∼8월 노량진재개발조합 사무실에서 “지역주택조합도 사업부지 내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주택법이 개정되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사업장 내 ‘알박기’ 문제로 고민하던 최씨 등은 이씨에게 “주택법이 개정되면 조합에서 사례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씨는 “당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주택법 개정 발의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한 뒤 법률 개정안 준비 과정부터 국회 발의·의결·공포 과정을 상세히 알려줬다. 이씨는 노량진 재개발사업장의 알박기 민원도 A의원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의원은 2008년 11월 국회의원 24명과 함께 지역주택조합이 사업 부지의 95% 이상을 매입하면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있게 한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이듬해 1월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5월 시행됐다.

이씨는 개정안이 공포된 2009년 2월 3일에도 최씨 등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줬다. 최씨 등은 이씨에게 “현재 조합에 돈이 없으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이 나오면 주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씨는 자금 전달이 두세 달 늦어지자 “인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독촉까지 했다.

최씨 등은 2009년 7월 서울 신대방동 한 건물 주차장에서 “A의원에게 주택법 개정 사례로 전달하라”며 현금 1000만원을 줬다. 1억6000만원은 두 차례에 걸쳐 계좌로 송금했다. 이씨는 받은 돈을 모두 주택비 등 개인 용도로 썼다고 한다. 검찰은 A의원의 법안 발의 과정도 조사했지만 돈 거래에 개입한 정황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