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투톱 빠진 새누리… 윤상현의 ‘1주일 천하’
입력 2013-07-31 04:14
새누리당 윤상현(사진) 원내수석부대표가 해외 방문 중인 황우여 대표와 휴가 중인 최경환 원내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민주당을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당 일각에선 “당의 ‘투톱’이 빠진 1주일간 윤 수석부대표가 당권을 잡았다”는 뼈 있는 농담이 흘러나왔다.
윤 수석부대표는 최 원내대표가 휴가를 떠난 30일 원내대책회의를 사실상 주도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이 회의를 진행했지만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국과 관련된 ‘주요 메시지’는 당직 서열이 밑인 그의 입에서 나왔다. 윤 수석부대표는 “정치권 일각에서 사초(史草) 실종 사건의 검찰 수사에 대해서 고발 취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대야(對野) 타협 논의에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보유 중인 정상회담 대화록 녹음파일을 열람하자며 압박했다.
그의 강경·독자 행보를 예상하기라도 한 듯 회의 시작 전 유일호 대변인이 “항간에 ‘새누리당=윤상현 당(黨)’이란 말도 있다”며 견제구를 날렸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한 술 더 떠 ‘개성공단 정상화’ ‘전시작전권 전환 재(再)연기 필요성’ 등 범정부 차원의 이슈로 발언 범위를 넓혔다.
윤 수석부대표의 적극적인 행보를 놓고 당 안팎에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우선 당에 실권자가 없는 상황에서 윤 수석이 평소 소신을 뚜렷하게 드러낸 것이란 긍정적 해석이다. 하지만 ‘청와대를 의식한 과장된 행동’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NLL 정국의 출구전략을 짜고 있는 청와대 기류를 미리 읽고 악역을 자처해 차후 있을지 모를 ‘대통령의 화해 메시지’를 빛나게 하려는 충성심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