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상임] 스마트폰과의 간헐적 이별
입력 2013-07-30 18:13
주말에 후배를 만났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회의시간에도 산만하기만 한 동료에게 한마디 던졌다가 다툼이 있었다고 푸념했다. 후배는 근무시간 중 스마트폰 사용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혼자 있을 때 2∼3분에 한 번씩 스마트폰을 열어서 뭔가를 확인하곤 한다. 메일, 메신저, 페이스북, 블로그, 은행업무 등 많은 일을 스마트폰으로 처리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심지어 회의를 하거나 누구를 만나는 자리에서도 거리낌 없이 스마트폰을 확인하곤 한다. 거실에서 방에 있는 딸에게 메시지를 보내다가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몇 번이나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중년의 ‘엄지족’이 된 것이다.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스마트폰에 눈을 박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몇 년 사이에 대중교통 속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종이신문을 쫙 펼친 채 옆사람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아저씨, 지하철에서 만나 만담을 늘어놓는 아주머니들,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이어폰을 꽂고 반대편 사람을 구경하는 사람들,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지던 곳이 전자파 가득한 스마트폰 세상으로 변했다.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인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저서에서 ‘인터넷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사색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 문제 해결이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만 검색하게 되어 기존의 뇌 기능을 잃어간다’고 피력했다. 모든 것을 스마트폰에 맡기고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나도 요즘 기억하고 집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기억해야 할 일은 스마트폰에 메모하고 누군가에게 할 말이 있으면 그 순간 메시지를 보낸다. 전화 걸기는 단축번호로 해결한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나가면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된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내가 점점 우둔해지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
가끔 기기의 도움 없이 살아보는 연습도 필요하다. 나의 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루 1시간 스마트폰 안 보기, 독서할 때 온전히 집중하기, 누군가를 만날 때 스마트폰 꺼내지 않기, 한 달에 하루 스마트폰에서 헤어나기 등을 실천해 좀 더 깊이 있는 삶, 생각하는 삶, 인간미 넘치는 삶을 살아봐야겠다. 스마트폰과 이별하기를 실천해볼 생각이다.
김상임(기업전문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