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순익 주는데 임금 올라가는 금융사 官治구조
입력 2013-07-30 18:07
올해 국내 12개 금융지주사의 순이익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떨어진다고 하니 걱정이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각각 5750억원과 5566억원으로 지난해 실적에서 반토막이 났다. 그런데도 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원으로 제2금융권이나 유수 대기업보다 많다. 일부 금융지주사 회장 연봉은 30억원을 넘는다. 그러다보니 유능한 관료들이 장관보다 금융지주사 회장을 노리는 슬픈 일이 벌어지고 있다.
수출 대기업도 아니고 글로벌 금융회사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지도 않으면서 고작 국민들을 상대로 이자놀이를 해 제 잇속만 챙기는 건 면구스러운 일이다. 금융지주사 임직원 1인당 순이익은 2011년 1억2200만원에서 올해는 5000만원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반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남성 직원 1인당 평균 인건비는 2005년 7000만원에서 지난해 9800만원으로 40% 상승했다. 돈은 못 버는데 제 호주머니만 불리고 있으니 참으로 염치가 없다. 금융노조는 올해도 8.1%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는데 밥그릇 챙기기가 지나치다.
회사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임금만 올려달라는 직원들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핫바지 경영진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으로 입성한 CEO들이 조직 장악을 위해 임금과 복지 혜택을 늘려주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다보니 1인당 생산성이 2억5000만원이나 되는 삼성전자보다 금융권 임금을 더 많게 올려놨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이야 정권이 바뀌면 수십억원씩 챙겨 떠나면 되지만 이들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골병이 든 금융사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금융사들이 부실화되면 결국 국민들 부담으로 돌아온다. 수익이 줄자 금융권은 수수료 인상을 통해 국민들 호주머니를 털 생각부터 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처럼 부실 은행들이 망하지 말란 법도 없다.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사 관리와 감독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권 고액 연봉도 손보기로 한 만큼 현실에 맞게 보수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옳다.